러 "의사결정 중심부 타격" 경고 뒤 실제 공습…최소 22명 사망
키이우 시민들 며칠 밤 대피소行…아파트 붕괴·어린이 부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향해 드론 656대와 미사일 73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지난달 두 차례 있었던 대규모 키이우 공격과 비슷한 규모였다. 다만 NYT는 이번 공격의 두드러진 차이가 심리전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키이우의 “의사결정 중심부”를 타격하겠다며 외교관과 외국인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한 대학 기숙사를 드론으로 공격해 학생 21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했지만, 해당 사망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방 외교관들은 키이우에 남겠다며 러시아의 협박 전술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고 이후 실제 공격이 이뤄지기 전까지 며칠 동안 러시아는 대규모 공습이 임박한 듯한 움직임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공습경보가 내려지면서 키이우 주민들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많은 가족이 지하철역과 주차장에서 밤을 보냈고, 이날 새벽 대피소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누울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지하철역 바닥에는 텐트와 요가 매트가 깔렸고, 개 짖는 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에서도 피해가 컸다. 현지 당국은 밤사이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6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밤사이 발사한 미사일 73발 가운데 33발이 목표물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가 며칠 전부터 외국인 대피까지 공개적으로 경고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습이 전쟁 중 가장 노골적으로 사전 경고를 흘린 공격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격 하루 전 크렘린궁에서 루한스크 기숙사 공격 관련 회의를 주재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러시아가 자국 내 목표물이라고 주장한 곳을 겨냥한 “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주장을 허위정보라고 반박했다.
키이우의 독립 싱크탱크인 신지정학연구네트워크의 미하일로 사무스 소장은 이번 위협과 공격의 핵심은 군사적 타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의 심리를 흔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지치게 만들어 전쟁을 끝내라고 정부에 압박하도록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2일 공격에서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동원됐다. 러시아는 밤사이 지르콘 4발을 발사했고, 오전에도 같은 수의 지르콘을 추가로 쐈다. 군사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얼마 남지 않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계속 쓰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패트리엇은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유일하게 검증된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향해 탄도미사일 374발을 발사했고, 우크라이나는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을 패트리엇으로 격추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키이우 대공습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의원들에게 패트리엇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석유시설을 잇달아 공격하고, 모스크바 등 러시아 도시까지 겨냥하며 압박을 키우고 있다. 반면 지상전 전선은 드론의 영향으로 양측 모두 대규모 진격이 어려운 상태다. 러시아가 예고했던 봄철 공세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대규모 공습을 무한정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우크라이나 분석가들은 봤다. 러시아는 최근 키이우에 대한 세 차례 대규모 공격을 약 10일 간격으로 벌였는데, 그만큼 미사일과 드론을 다시 채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치분석가 비탈리 포르트니코프는 지상 표적용 탄도미사일 대신 해군용 지르콘까지 동원한 것도 미사일 재고 부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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