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랑 "반려견 귀여움의 이면, 감당할 준비 됐나요"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6/04 09:00:00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 출간

펫숍·유기견·개 농장…'귀여움 산업' 뒤 불편한 진실

"반려견 문화의 이면,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뜻함만이 아니라 약간의 불편함도 남기는 소설"

[서울=뉴시스] 현이랑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 (사진=민음사 제공) 2026.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강아지를 학대하는 인플루언서와 유기견, 펫숍과 강아지 경매장, 개 농장.

소설가 현이랑이 신작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민음사)을 통해 반려견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작품은 나이도, 경제적 상황도 다른 세 여성이 반려견 산책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동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신작의 출발점은 우연히 마주친 한 강아지였다. 보호자에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공격성을 보인 개. 작가의 시선은 '멀찍이 서서 웃고 있는 주인'에게 향했다.

어릴 적부터 개 백과사전을 읽었을 정도로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그는 지금도 "인터넷의 유일한 순기능은 남의 집 강아지를 공짜로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보다 그 뒤에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펫샵에서 동물들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2022.01.04. jhope@newsis.com

현이랑은 "강아지를 학대하는 인플루언서, 유기견, 펫숍, 강아지 경매장, 개 농장 등 반려견 문화의 이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눈앞의 귀여움이 너무 강력해서 이런 비극을 잊어버리기 쉬우니까 누군가는 계속 얘기해야 우리 모두 귀여움에 취해 현실을 망각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소설 속 갑수동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이 투영된 공간이다.

"자본에 따라 철저히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결국 땀 흘리며 한데 엉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갑수동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가장 닮아 있는 곳이에요."

갑수동에서 만난 세 여성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외로움을 느끼고 펫숍에서 강아지를 사 온 최진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노견 금순이를 돌보는 우소은, 혼자 살며 반려견 맥스를 키우는 김지호다.

현이랑은 "반려견 문화의 이면과 돌봄, 연대의 의미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반려동물을 둘러싼 돌봄의 격차에도 시선을 보낸다. 같은 동네, 같은 산책로를 오가는 견주들이지만 누군가는 개 유치원과 생일 파티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노견의 병원비를 걱정한다.

소설 속 김지호는 최진이에게 "개를 키운다는 건 이기적인 거야. 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해.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라고 말한다.

현이랑은 이에 대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생명을 일상의 장식품이나 위안거리로 가볍게 소비하려는 우리 사회를 향해 귀여움의 이면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12일 오후 광주 북구 한 폐쇄를 앞둔 개농장에서 입양되지 못한 개들이 철장에 갇혀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2022.12.12.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소설 속 갑수동에서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호루라기 할아버지'가 개 목줄에 목이 졸린 채 발견되고, 최진이가 괴한에게 밀쳐지거나 유기견이 독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돌아가고, 세 여성은 직접 범인을 찾기 위해 비밀수사단 '도그 워커 클럽'을 결성한다.

현이랑은 작품을 이끄는 힘으로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연대"를 꼽았다.

최진이와 구름이, 우소은과 금순이, 김지호와 맥스의 관계뿐 아니라 '도그 워커 클럽' 역시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공동체로 기능한다. 범인을 찾기 위해 시작된 모임은 점차 여성 견주들의 쉼터이자 상호 돌봄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범인을 잡아낸 세 여성은 결국 서로의 힘이 돼주며 변화한다. 최진이는 어머니와, 우소은은 할머니와, 김지호는 전 애인과 마치 악연 같은 관계를 끊어내며 인생의 다음 장을 마주한다.

현이랑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갈등 상황을 넘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섞여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독자들이 범인을 찾아 처단하는 짜릿함과 주인공들이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적인 따뜻함도 느끼기를 바라지만, 약간의 불편함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죽음'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장례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잖아요. 죽음에 대해 말하지만, 오히려 삶의 희망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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