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허무했다"더니…장윤기 사건이 꺼낸 '우발성' 논란

기사등록 2026/06/02 19:07:53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소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어린이날인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대로변 인도에서 귀가하던 A(17)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돕기 위해 다가온 고교생 B(17)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을 이유로 장윤기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2026.05.14. lhh@newsis.com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거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뒤 "사는 게 재미없었다", "삶이 허무했다"고 주장했던 장윤기.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범행은 충동적 범죄가 아닌 성폭행 목적의 계획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내세우는 '우발 범행' 주장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광주지검 형사3부는 최근 장윤기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윤기는 범행 당일 피해자인 여고생을 약 15분 동안 뒤따라간 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앞서 장윤기는 경찰 조사에서 "삶이 허무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해당 진술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고, 피해자 시신에서도 장윤기가 주장한 방식의 목 졸림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윤기의 과거 성범죄 수법과 이번 범행 방식의 유사성 등을 토대로 계획성과 성범죄 목적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윤기 사건처럼 강력범죄 피의자가 범행 직후 우발성이나 충동성을 강조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난 사례는 적지 않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의 최윤종은 초기에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도구인 너클을 미리 구매하고 CCTV 사각지대를 물색한 정황이 확인됐다.

2023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역시 성범죄 의도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범행 동기나 계획성을 축소해 형사 책임을 줄이려는 취지로 우발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성범죄와 결합된 강력범죄에서는 성적 동기를 숨기기 위해 충동적 범행을 주장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도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이나 거짓 반성문 등의 주장으로 부당한 감형을 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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