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의혹 관련 증거인멸 지시 혐의
이종호 벌금 500만원·측근 300만원 구형
특검 "전형적인 교사범 구조 범행" 주장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특검이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자신의 휴대전화 파손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2심에서도 벌금형을 구형했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2일 서울고법 형사14-2부(고법판사 이현우 정경근 이형근)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휴대전화를 폐기·파손한 혐의(증거인멸)를 받는 측근 차모씨에겐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는 1심과 동일한 구형량이다.
특검팀은 "이 사건 핵심은 이 전 대표가 순직해병 특검의 압수수색 직후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사건 핵심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경제적·사회적으로 종속된 수행비서에게 휴대전화 파손과 폐기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심은 증거인멸 고의와 휴대전화가 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전 대표를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자기비호 법리를 적용했다"며 "항소심에서는 이런 판단이 사실과 법리 측면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행 결의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 증거인멸의 실행은 이 전 대표의 지시로 시작됐다며 "상호 대등한 위치의 공동정범이라기보다 범행 결의 이유가 없던 사람에게 지시해 실행하게 한 전형적인 교사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근거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사건이었고, 휴대전화 역시 해당 사건의 증거물이었다"며 "원심은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규정한 조항을 근거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이 전 대표의 사건 증거로 치환했는데 이는 공소사실과 영장 근거를 벗어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해당 휴대전화가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거나 증거로 사용된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며 "오래된 구형 휴대전화를 버린 것이지 증거를 인멸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휴대전화 안에 있던 정보는 새 휴대전화로 옮겨졌으며, 새 전화 역시 김건희 특검팀에서 압수했는데 특별히 나온 것이 없었다. 별도로 기소된 사건이 없는데 어떠한 사건의 증거가 됐는지조차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잘못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은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저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다. 후배들 앞에서 과장된 표현을 한 점은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차씨는 "사건 당일 그 휴대전화를 처음 봤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어떤 법적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돼 휴대전화를 버릴 때 발로 밟아 파손한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9일 오후 2시 선고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차씨에게 휴대전화 파손·폐기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차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재판부 결정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해병대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피의자로 적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심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형법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하며 "이 전 대표는 당시 특검법에 포함된 수사 대상이었고,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휴대전화를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증거인멸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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