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中 점유율 70%…日 설비업체도 고전
공장 건설 기간 4~6년서 2~3년으로 단축 추진
전고체 배터리 반격 노리지만 중국 제외 수주가 변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히타치제작소와 리코 등 일본 배터리 생산설비 업체들이 힘을 합쳐 조립식 배터리 생산라인 모델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배터리 생산설비를 컨테이너 단위로 쪼개 제작한 뒤 고객사 공장 부지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생산라인 전체를 현장에서 하나씩 짓는 대신, 공정별 장비를 미리 컨테이너 안에 넣어 운송하고 현장에서 연결한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설립된 스위프트팹 에너지시스템즈가 맡는다. 이 회사는 일본 배터리공급망협의회(BASC)에 참여하는 9개 업체가 공동 출자해 세웠다. 참여 기업에는 히타치와 리코를 비롯해 도요타자동차 계열 제이텍트, 고마쓰 자회사 고마쓰NTC, 산업용 공조기기 업체 세이부기켄 등이 포함됐다.
스위프트팹이 구상하는 새 모델은 배터리 생산 공정을 잘게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는 재료 가공, 전극 성형, 셀 조립, 전해액 주입 등 여러 공정이 필요한데, 스위프트팹은 각 공정에 맞는 장비와 운반 벨트 등을 컨테이너 안에 넣어 고객사에 납품한다.
각 컨테이너는 위아래와 좌우로 연결할 수 있다. 모든 컨테이너를 이어 붙이면 하나의 배터리 생산공장이 완성되는 구조다.
스위프트팹의 기다 게이스케 사장은 “블록처럼 쌓고 조합하면 하나의 라인이 완성된다”며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생산 방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갈 설비는 참여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생산한다. 스위프트팹은 각 기업이 만든 장비를 컨테이너 안에 넣어 조립하는 공정을 맡는다. 사업비는 일본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약 181억엔 규모다. 2030년 말에는 약 65억엔을 들여 새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들이 이런 방식에 나선 배경에는 배터리 산업의 위기감이 있다. 대표적인 축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니가 199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한때 일본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저가를 앞세운 중국과 한국 기업들에 밀렸다.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시장은 중국이 약 7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배터리 생산설비 분야에서도 일본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배터리 제조장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5%였지만 일본은 9%에 그쳤다.
일본 업체들이 고전하는 원인 중 하나로는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이 꼽힌다. 현재는 배터리 공장 하나를 짓는 데 50곳이 넘는 설비 공급업체가 관여한다. 각 업체가 따로 조율하다 보니 한 곳만 늦어져도 전체 공기가 길어지고, 설계 착수부터 생산 개시까지 보통 4~6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팹은 기업 간 공동 모델로 이런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9개사가 기본 생산 모델과 설비 규격을 함께 개발한다. 장비는 컨테이너 안에 촘촘히 넣을 수 있도록 소형화하고, 여러 공정에서 쓰는 공통 부품은 스위프트팹이 일괄 조달한다.
배터리는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특정 중요 물자로 지정한 품목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전력망 안정화, 방위산업과도 연결돼 공급망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주행거리가 길고 안전성이 높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스위프트팹의 새 설비도 우선 일본 국내 배터리 업체에 판매한 뒤 유럽, 미국, 인도 시장으로 넓혀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스위프트팹은 경제안보상 중국 기업에는 설비를 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주문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닛케이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실제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도 조립식 생산설비 수요를 좌우할 변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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