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취급하더니"…대기업 SI업체들 신고가 행진에 격세지감
삼성SDS 상장 후 첫 상한가…LG CNS·현대오토에버, 역대 신고가 경신
그룹 30년 쌓은 제조·물류 데이터, 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재해석
그룹 '지원 조직'에서 'AX 엔진'으로 격상…젠슨 황 방한 소식에 불붙은 주가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룹 계열사 서버나 관리하는 '지원 부서'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제서야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네요."
한때 '그룹 전산실'로 저평가받던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계열사로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클라우드 등 차세대 사업을 실제로 짓고 굴리는 주체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수년간 바닥을 기던 주가도 일제히 솟구쳐 올랐다.
다만 단기간 가파르게 오른 주가는 변동성도 커, 지난 2일에는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S는 전 거래일보다 16.99% 내린 30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DX(-8.79%·3만5300원), LG CNS(-5.57%·13만5700원), 현대오토에버(-4.26%·89만8000원)도 나란히 하락했다. 최근 'AI 인프라 수혜' 기대로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성격의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직전까지는 오름세가 가팔랐다. 삼성SDS는 지난달 27일 2014년 11월 상장 이후 첫 상한가(+29.78%)를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주가가 솟구쳤고, 현대오토에버·LG CNS도 잇따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루 만에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나면서, SI 재평가를 둘러싼 시장의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표출되는 양상이다.
◆ '그룹 전산실'에서 'AX 산실'로…왜 지금 주목받나
SI 기업은 그룹 계열사의 전산 시스템을 짓고 운영하는 사업자다. 매출 기반은 탄탄하지만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원 조직'으로 분류돼 왔다. 외부 사업 확장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시장의 시선은 좀처럼 '그룹 내부 장사(캡티브 마켓)'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AI다. AI 기술이 컴퓨터 화면을 넘어 공장, 로봇, 자동차 등 물리적 현실로 확장되면서 판이 바뀌었다. 이 거대한 시스템을 누가 직접 만들고 운영할 것이냐가 핵심 화두가 됐다.
여기서 SI 기업들이 수십 년간 쥐고 있던 두 가지 무기가 빛을 발했다. 바로 방대한 제조·물류 데이터와 직접 지어온 데이터센터다. 과거에는 돈만 쓰는 '비용 부서'였던 인프라가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자산이 됐다. 특히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려면 현장 데이터 학습이 필수다. SI 기업이 가진 데이터가 곧 AI의 핵심 연료가 된 셈이다.
외부 호재도 불을 지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소식이다. 황 CEO는 대만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구광모 LG, 최태원 SK 회장 등과 만나 '피지컬 AI(로봇 등 물리적 AI)'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의 SI 계열사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너도나도 'AX 엔진' 선언… 10조 투자에 사명 변경까지
이들은 이제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니다. 그룹의 AI 전환(AX)을 직접 설계하는 '엔진'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삼성SDS는 'AI 인프라 기업' 전환에 가장 공격적이다. 2031년까지 AI 인프라·인수합병(M&A) 등에 총 10조원(인프라에만 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1조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전량 인수했다. 정부의 국가 AI컴퓨팅센터(총 2조5000억원) 민간참여자로 선정된 점도 호재다.
LG CNS는 피지컬 AI와 AX 플랫폼에 무게를 싣는다. 로봇 도입의 학습부터 운영까지 통합 관리하는 '피지컬웍스', 'LG CNS AX 페어 2026'에서 선보인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가 대표적이다.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물류 자동화 역량을 두루 갖춰, 피지컬 AI 확산에 따른 실제 구축·운영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략과 맞물린 대표 수혜주다. 그룹이 2028년까지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2만5000대 이상의 로봇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관리, 스마트팩토리 최적화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맡는다. 그룹 내 유일한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라는 위상이 부각되며 최근 1년 새 주가가 300% 넘게 올라 시총에서 삼성SDS를 추월하기도 했다.
포스코DX는 '제조 AI'와 산업용 로봇이 강점이다. 최근 엔씨 자회사 NC AI와 손잡고 산업 현장의 고위험·고강도 작업용 로봇에 적용할 '피지컬AI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페르소나 AI에 총 3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올 2월에는 포스코·포스코DX·포스코기술투자와 함께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철소 현장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여기에 일본 야스카와와 협력하는 등 중후장대 현장에 로봇을 확산해 왔다.
SK그룹의 SK C&C는 지난해 6월 1일자로 사명을 'SK AX'로 바꾸고 기존 IT서비스 역량을 AI 중심으로 재편해 'AX 서비스 파트너'로 전환, 10년 내 '글로벌 톱10 AX 서비스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관건은 '외연 확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의 일감을 넘어 외부 제조나 물류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진짜 실력을 판가름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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