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이 띄운 '초과이윤' 배분 논란…사회적 대화로 풀릴까

기사등록 2026/05/31 06:01:00 최종수정 2026/05/31 06:42:25

김영훈 노동장관, 삼성전자 합의 후 '사회연대임금' 토론 제안

'초과이윤 사회적 재분배'…'반도체는 공공재' 발언 두고 논란

야권 "거위 배 가르기" 강력 비판…산업장관도 "재투자 우선"

靑은 공론화 필요성 언급…노동부, 내달 1일 토론회 잠정 연기

전문가들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정부 역할·표현 신중해야"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서 출발한 '초과이윤'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를 '공공재'로 표현하며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제안한 데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거위 배 가르기'라며 반발하고 있고, 여기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반도체 산업의 이윤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정부 내 시각차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가칭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 가능성 모색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반도체는 공공재"…靑은 공론화, 야권은 반발

이번 논란은 김영훈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부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에 더해 국가,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합쳐진 것"이라며 "그 재분배에 동의한다면 해법은 사회적 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개별 기업 노사 합의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사기업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도체는 이미 공공재가 됐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투여된 자본 속에는 세금이 있고, 국민 10명 중 1명이 주주일 정도로 국민기업이며 전력과 용수도 투입이 됐다"며 "정부가 마땅히 주요 사업장에 대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곧장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야권은 정부가 기업 이익 배분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거위 배 가르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최첨단 산업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위한 금융·세제·재정 지원 등에 올인하는데, 이 정부는 철 지난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 발언에 대해 당장 선을 긋기보다 공론화 필요성에 동의하는 입장을 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논의돼야 할 사회적 과제들이 제기된 만큼 우리 사회가 터놓고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고 노동장관이 언급한 것 같다"면서 "향후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공론화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다른 결의 메시지를 냈다.

김 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투자 골든타임"이라며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 절명의 시간으로, 인공지능(AI)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의 산업 대도약의 성장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좌측부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모습.(사진=뉴시스 DB)

노동부는 당초 6월 1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노동부는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개최 일정 등을 다시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내달 1~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일정까지 겹치면서 토론회 개최는 6월 중순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재소환…초과세수 논란과도 겹쳐

초과이익 공유 논의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의제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정운찬 전 국무총리 겸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이 연초 수립한 목표 이상으로 거둔 초과이익을 일정 부분 협력사에게 나눠주자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재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반대와 회의론이 거셌다. 초과이익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기업 이익을 사실상 외부에서 배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며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후 '협력이익배분제'로 명칭이 완화됐으나, 법 제정을 통한 배분 방식 제도화보다는 기업 간 자율 약정과 정부 인센티브를 통한 확산 방식으로 흡수됐다.

이번 논란도 당시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이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반도체는 공공재',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논란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

여기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 발언 논란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김 실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I인프라 시대의 과실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AI·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기업의 초과이윤을 정부가 국민에게 배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였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김 실장의 AI 국민배당 논란과 달리 국가 초과세수 활용이 아니라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내 배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두 논의 모두 AI·반도체 시대 초과성과의 사회적 환원을 언급한 만큼, 기업 이익을 정부가 환수·배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논란이 확산하자 29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은 삼성의 원래 제도 이름"이라며 "저의 문제의식은 초과이익의 공유가 원청 정규직에만 한정되는 게 옳은 것인지, 원·하청 동반성장의 길은 없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공산당과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의 '거위 배 가르기' 비판에 대해서도 "단순히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라 더 큰 거위, 또 다른 거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논의 필요하지만 정부 역할·표현 신중해야"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5.27. jtk@newsis.com

전문가들은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이를 '사회적 재분배', '반도체 공공재',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등으로 표현한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논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AI 시대에는 특정 산업과 특정 대기업에 초과성과가 집중되는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그 과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인가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직접 영업이익 배분 비율을 정하거나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선행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초과이윤을 단기적으로 모두 분배하는 방식은 장기 경쟁력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원청은 어차피 ESG 경영과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에 따라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자체적으로 협력업체를 위한 투자 규모 등을 논의해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왜 정부가 강제를 하느냐"고 했다.

특히 "'공공재'라는 프레임을 세우는 순간 김용범 실장의 AI 국민배당 프레임이 다시 부활한다"며 "정부가 협력업체를 위한 초과이익 배분을 조성할 필요는 맞지만, 제도화를 통한 강제 방식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한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이 언급한 '초과이윤'의 개념부터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양극화 해소 논의는 필요하고 원·하청 상생 논의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면서도 "초과이윤 배분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에 들어가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과이윤이라는 말이 당기순이익인지, 영업이익인지, 초호황기에 특이하게 발생한 이익인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에 들어가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AI로 초호황을 맞은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는 것이지, 초과이익 배분을 사회적 대화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노동부가 직접 아젠다를 끌고 가기보다는 노사가 스스로 원·하청 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순간 사회적 대화가 자율적 논의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