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9000만원 지급' 각서 효력만 상고 인정
'노쇼' 없어도 승소 어려웠다는 원심 판단 확정
권경애·로펌, 위자료 '6500만원' 배상도 확정돼
유족 "책임 더 묻지 못해 유감…재판소원 검토"
권 변호사가 유족에게 패소 사실을 숨기다 써 준 각서 효력에 대해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권 변호사의 소송상 다른 잘못도 따져봐야 한다는 유족 측 요구는 기각했다. 유족 측은 파기환송심을 지켜보되 재판소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그가 속했던 법무법인(로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본 원심을 일부 파기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 보냈다.
1·2심에서 승소했으나 권 변호사의 책임을 묻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한 이씨 측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였다. 권 변호사와 로펌 측은 상고를 포기했다.
대법이 인용한 대목은 2023년 3월 권 변호사가 이씨에게 '노쇼 사건'에 따른 패소를 5개월 만에 알리며 써 준 각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권 변호사는 당시 9000만원을 3000만원씩 나눠 3년에 걸쳐 매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 줬으나, 이 사건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돈을 주지 않고 있다.
각서에는 '노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무효로 돌린다는 문구는 없었으나, 2심은 권 변호사의 직업과 사회적 활동을 고려해 '언론 보도 금지'가 약정의 조건이었고 이씨가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씨 측은 각서가 작성될 당시 이미 언론에 제보가 이뤄진 바 보도를 막을 수 없었고 권 변호사의 보도 유예 요청도 분명히 거절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각서에 지급 조건이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 권경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조건을 합의했음에도 각서에 적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권 변호사가 '노쇼 사건' 이전의 1심에서도 2번이나 불출석하고 이를 숨기는 등 개별 행위를 하나 하나 따져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다퉜다.
또 박양의 사망과 관련한 본안 민사소송에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이씨가 승소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 2심이 시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권 변호사는 로펌과 함께 이씨에게 6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각서에 따라 권 변호사 홀로 책임질 약정금 부분만 파기환송심에서 따로 정해진다.
이씨 측은 상고가 일부 받아들였으나, 권 변호사 잘못을 더 따져 묻지 못하게 된 데 아쉬움을 표했다.
이씨는 선고 후 법정 밖에서 "권경애가 세부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여러 서면으로 조목조목 지적해 제출했으나 기각한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원이의 학교폭력 소송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왜 책임을 묻게 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그 부분이었다"라며 "그 점은 단 하나도 매듭이 풀린 게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 대리인 이재성 법률사무소 장우 변호사는 "권 변호사가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정황을 11가지로 지적했으나 대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유족께서 아쉬워 하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 분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 것은 권 변호사가 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에 너무 많은 거짓 해명을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고, 어떻게 하다 이런 사고가 터졌는지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죄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재판소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2015년 딸인 박양이 숨진 사건과 관련, 이듬해 8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과 관할 서울시교육청, 사립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각 학교법인 및 교직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씨 대리인이었던 권 변호사는 항소이유서만 냈을 뿐 2심 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아 민사소송법상 '항소취하 간주'에 따른 패소 판결을 받게 했다.
권 변호사는 5개월 후 이 사실을 이씨에게 알렸고, 이씨는 같은 해 4월 권 변호사 등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을 요구하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내달 24일 이 사건의 단초가 됐던 본안 민사 소송 2심의 선고를 앞뒀다. 이씨 측은 권 변호사에 대한 신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송종료 선언의 판결이 나올 경우 재차 상고를 내 다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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