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수탁 사업 대비…증권사와 거래소 경계 허물어져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을 시작으로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까지 일제히 '혈맹'에 나선 모습인데요, 시장에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가상자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29일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3위인 코인원의 지분 20%를 인수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의 3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는 삼성증권이 삼성SDS, 삼성카드와 함께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삼성 측은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따른 신규 사업 기회 확보 차원에서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화투자증권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3.9%(136만1050주)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했고, 하나금융그룹 역시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 지분 약 1조원어치를 확보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사실 이들 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미래에셋이었습니다. 미래에셋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올해 초 코빗의 지분 92.0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이렇듯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토큰증권(STO)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부동산, 미술품, 채권, 주식 등 다양한 실물자산이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전통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와의 협력 체계를 미리 구축해 미래 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투자자 확보도 중요한 배경입니다. 최근 20~40대 투자자층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주요 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거래소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층을 확보하고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사업 진출 역시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수탁 사업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가 정비될 경우 증권사들이 직접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증권사들이 거래소 지분을 사들이는 이유는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될 경우 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가깝습니다.
다만 국내 관련 제도 정비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제도의 근간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당초 올해 1분기 입법이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란 갈등과 지방선거 일정 등으로 논의가 지연됐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은행의 지분 참여 범위, 거래소 대주주 지분 거래 제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제도화 방향이 구체화될수록 증권사와 거래소 간 협력 모델도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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