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있었지만 3시간 넘기면 파리 누벼"
슬럼프 딛고 리스트 전곡·국악 협업 도전
"M아티스트 무대는 '나를 찾는 여정'"
내달 4일 마포아트센터서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선율(26)이 2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올해 마포문화재단 M아티스트 상주음악가로 선정되기 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선율은 미국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024년 우승과 함께 청중상, 학생심사위원상까지 3관왕에 오랐으며, '2026년 류블랴나 페스티벌 국제 콩쿠르'에서 2위, 20세기 작품 최고연주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무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선발전형으로 입학 및 졸업한 뒤 프랑스로 유학해 파리 스콜라 칸토룸과 에꼴 노르말 음악원을 졸업했다. 국내에서 김대진 교수를 사사한 데 이어 프랑스에서는 올리비에 갸르동 교수를 사사하며 가르침을 받았다.
선율은 "두 분의 가르침이 되게 다르다고 느꼈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방향을 추구하신다"면서 "두 분 다 피아노 치는 것만 신경 쓰지 않고 '사람이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먼저 돼야 올바른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특히 갸르동 선생님은 한국인들에게 연습을 그만 하라며, '너희는 연습을 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그 때 머리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며 "연습을 왜 하는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연습을 정말 안 한다. 하지만 확실히 시야가 넓고, 다채롭다"며 "한국인 연주자들은 손가락으로 하는 기술은 너무 뛰어난데, 생각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율은 파리 유학 초기 시절을 떠올리며 "프랑스에 가자마자 처음 구한 환경이 하필 유료 연습실이었다"며 "돈을 내고 연습하는 입장이다 보니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딱 집중해서 3시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선생님 말씀대로 파리 주변을 걸어 다니며 사람과 세상을 구경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니던 학교(에꼴 노르말)조차 50명의 교수에 비해 공용 연습 방이 17개밖에 되지 않아 연습실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결국 학교에서 1시간 떨어진 유료 연습실을 전전하며 'VIP 회원'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짧은 시간 가장 효율적으로 집중하는 법을 체화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습은 무작정 건반을 두드리는 행위가 아니다. 선율은 "연습은 건반을 안 만질 때 책상에 앉아서 악보를 보며 고민했던 것들을 구현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왜 작곡가가 여기에 이 노트를 쓰고 이 셈여림을 적었을까 밤낮으로 고민하고 계획을 짠 뒤, 연습실에서는 그것을 실행하고 구체화하는 데만 집중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완벽해 보이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율이지만, 그에게도 피아노를 내려놓고 싶었던 극심한 슬럼프가 있었다. 그는 "유학 가기 직전인 2021~2022년 무렵, 스스로 무너져 내려 피아노를 잠깐 떠나 살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 작곡가가 의도한 정확한 답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유추할 뿐"이라며 "작곡가조차 훗날 자신의 곡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기에, 이제는 남들의 모든 연주를 존중하게 됐다"고 한층 성숙해진 내면을 드러냈다.
오는 6월 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M아티스트 첫 리사이틀에서 선율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 완주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아노 레퍼토리 중 최고 난도로 꼽히는 이 곡을 국내 리사이틀 무대에서 한 호흡으로 전곡 연주하는 것은 그에게도 처음이다.
선율은 "스태미나와 피지컬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작품이라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원래 한자리에서 다 치라고 작곡된 것은 아니지만, 12라는 숫자가 가진 조성 간의 규칙과 흐름을 한 호흡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이미 10번이나 이 곡으로 무대에 섰으며, 첫 연주 당시 68분이었던 러닝타임을 최근 58분까지 줄이며 자신만의 견고한 템포를 찾아냈다.
그의 음악적 영토는 서양 클래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선율은 지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 작곡가 김택수의 '판소리 판타지'를 연주했던 기억을 소환했다.
지난해 6월 에꼴 노르말 음악원을 졸업한 선율은 현재 프랑스 정부로부터 '아티스트 비자'를 발급받아 학업 없이도 파리에 거주하며 프로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더 배우고 싶고 공부가 부족하다"며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9월부터는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실내악 과정에 합격해 새로운 학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여동생과 함께 남매가 파리 한집에 살며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율은 예술복무요원으로서 다음 주부터 2년 10개월간 총 540시간의 의무 봉사 시간도 채워나가야 한다. 선율은 "긴 시간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등을 통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2026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로서 세 번의 무대를 책임지게 된 선율은 이번 시즌을 "15년 피아노 인생에 스스로 내리는 숙제이자,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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