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육아휴직·1년 후 급여 청구…노동청 지급 거부
법원 "급여청구권 발생 안 했는데 어떻게 신청하나"
"거절될 신청 미리 하라는 건 국민 대한 예의 아냐"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 추진 이후 첫 모성보호 판결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첫 육아휴직을 한 달 미만으로 사용해 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다면, 이후 전체 휴직 기간을 합산해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강우찬)는 28일 근로자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을 상재로 제기한 육아휴직 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기업에 다니는 A씨는 2024년 3~4월 둘째 자녀 양육을 위해 21일간 육아휴직을 썼다.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면 최소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A씨의 1차 육아휴직은 30일에 미치지 못해 그는 첫 휴직 직후 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이 기간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A씨가 2025년 5월 과거 21일치의 육아휴직 급여를 뒤늦게 신청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노동청은 A씨가 육아휴직 급여 신청 기한인 '육아휴직이 끝난 날로부터 1년 이내' 보다 늦게 급여를 청구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첫 휴직 당시엔 30일을 채우지 못해 급여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때를 기준으로 기한을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경우 1차 육아휴직 당시에는 급여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이를 전제로 신청 기한을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1차 육아휴직이 종료한 날은 전제가 된 추상적 권리조차 발생하지도 않은 날"이라며 "'이미 발생한 권리의 행사'를 게을리한 경우를 전제로 하는 제척기간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제2차 육아휴직이 시작돼 합산 기간이 30일이 된 때 비로소 제1·2차 육아휴직 전체에 관한 하나의 청구권이 발생한다"며 "원고가 이후 제2차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한 이상, 제1차 육아휴직 부분까지 포함한 전체 권리가 행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은 '거절당할 신청이라도 미리 해뒀어야 기한이 연장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급여를 신청하더라도 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법률상 명백한 상황에서 그러한 신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거절될 신청이라도 미리 해두어 거절이라도 받아두지 않으면 향후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형식논리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 없음마저 느껴지게 한다"고 질타했다.
또 "이는 헌법 제36조 2항이 규정한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아휴직 급여 신청 기간으로 규정된 '휴직 종료 후 1년 이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안철상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가상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이것이 실제 사례가 되어 육아휴직 급여 신청 기한과 관련한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사건이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 추진 후 처음 선고되는 모성보호 사건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장애인, 임산부, 아동,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회보장사건을 전문 합의부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한국형 사회법원 시행 이후 전문합의부에서 선고되는 첫 모성보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쟁점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LLM)으로 제작한 이미지와 도표를 삽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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