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할로윈 창작무용극 '귀신날: 도시의 밤', 2년만에 귀환

기사등록 2026/05/28 13:33:53

전통 귀신 설화와 도시인 삶이 만나는 무용극

내달 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귀신날: 도시의 밤' 포스터. (이미지=코리아댄스어브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 창작춤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무용극을 구축해온 김주빈 안무가(JUBIN 컴퍼니)가 대표작 '귀신날'을 새로운 시즌으로 확장한 '귀신날 : 도시의 밤'을 다음 달 16~17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2023년 초연 당시 '한국에도 할로윈이 있었다'는 독창적인 발상으로 주목받았던 '귀신날'은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귀신날(鬼神日, 음력 1월 16일)', 즉 귀신이 돌아다닌다고 믿었던 날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한국의 샤머니즘과 민속신앙을 기반으로 귀신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례의 감각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번 작품 '귀신날 : 도시의 밤'은 기존 작품의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다. 초연이 다양한 귀신들의 세계와 축제적 상상력에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은 현대 도시인의 삶과 감정에 보다 깊게 초점을 맞춘 서사 구조로 새롭게 재편된다.

작품의 중심에는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한 회사원, 그리고 한국 전래동화 '햇님 달님' 속 오누이와 호랑이의 이야기가 놓인다. 작품은 어린 시절 천진난만했던 오누이가 성장해 오늘의 회사원이 된 모습을 상상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교차시킨다. 동화 속 장면은 도시인의 반복되는 일상과 맞물리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고,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된다.

호랑이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굶주림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했던 또 하나의 존재로 재해석되며, 생존을 위해 버텨내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작품은 이 과정에서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누가 인간이고 귀신인지에 대한 경계를 흐리며,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민속신앙 속 귀신들은 오늘의 도시 풍경 안에서 새롭게 변주된다. 원작 속 눈알 귀신은 도시 곳곳을 비추는 CCTV로, 사람을 꿈으로 이끌던 존재는 물과 사고에 대한 불안을 품은 물귀신으로 다시 등장한다. 도깨비는 간판과 기계, 도시의 사물들 속에 깃들어 장난을 치는 존재가 되고, 오늘의 도시 이미지 안에서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된다.
김주빈 안무가. (사진=코리아댄스어브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귀신날 : 도시의 밤'은 한국춤의 호흡과 정서, 유럽식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신체 언어, 그리고 라이브 음악이 결합 된 대형 창작무용극이다.

김주빈 안무가는 한국무용과 창작춤을 기반으로 하되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는 복합적 무대 언어를 지향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춤·연극적 서사·신체 퍼포먼스를 결합해 전통과 현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를 만든다.

이 작품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점점 '귀신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정말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그저 살아내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김주빈 안무가는 "작품을 어렵게 보기보다 하나의 재미있는 극처럼 편하게 따라와 주셨으면 한다"며 "공연 이후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볼 작은 용기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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