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동원 인턴기자, 박재연 인턴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늘어선 회색 돌기둥 사이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둥마다 새겨진 6·25전쟁 참전국 국기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일부는 설명문을 읽으며 천천히 조형물 사이를 걸었다. 지하 전시공간으로 향하는 방문객들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12일 개장한 '감사의정원'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가 조성한 공간이다. 지상 조형물 '감사의빛23'과 지하 전시공간 '프리덤홀'로 구성됐다.
'감사의빛23'은 지상에 마련된 높이 6.25m의 돌기둥 23개를 말한다. '받들어총' 형태로 배치돼 있는 23개의 기둥에는 각각 6·25전쟁 참전국 국기와 해당 국가 언어로 된 문구가 새겨졌으며, 일부는 참전국에서 기증받은 석재를 사용했다.
현장에는 안전 관리 인력도 배치돼 있었다. 경광봉을 든 한 관리인은 "저녁이 되면 조명이 켜져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며 "매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조형물 상단 조명이 하늘 방향으로 점등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조형물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라이언(19)씨는 "서울 여행 중 캐나다 국기가 있길래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오기 전까지는 6·25 전쟁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방문을 계기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하 전시공간인 프리덤홀 내부에는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돼 있었다. ‘참여의 아카이빙 월’에서는 참전용사에게 감사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고, AI를 활용해 6·25 참전국 군복을 입어보는 체험도 가능했다.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 ‘메모리얼 월’에서는 한국전쟁 관련 영상이 상영됐다. 시민들은 화면 앞에 멈춰 서 영상을 바라보거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리덤홀에서 영상을 보던 80대 남성은 "12살 때 전쟁을 직접 겪었다"며 "젊은 세대가 전쟁의 실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80대 남성도 "참전국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감사의정원은 조성 초기부터 논란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대형 구조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선거를 앞둔 보여주기식 사업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행정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공사 중지를 명령한 바 있다.
다만 현장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정수(34)씨는 "SNS에서 보고 직접 와봤다"며 "온라인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체험 요소도 많고 QR코드 설명도 잘 돼 있어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AI 체험 공간에서 대한민국 군복을 입어보던 이성민(69)씨는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며 "여러 나라가 한국전쟁을 위해 힘을 보탰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의정원 개장 이후 광화문광장 방문객 수는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약 13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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