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만큼 해로워"…영국 의료계·정치권, '16세 미만 SNS 전면 금지' 추진

기사등록 2026/05/26 17:07:52
[뉴욕=AP/뉴시스] 화면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들이 표시되어 있다. 2026.05.26.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영국에서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SNS) 사용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이 의료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의료 전문가 단체와 차기 총리 유력 주자가 전면에 나서 키어 스타머 총리 등 정부를 강력히 압박하는 모양새다.

2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의학한림원은 정부 공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아동들이 증오와 중독을 유발하고 극심한 고통을 주는 콘텐츠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촉구했다. 

특히 의학한림원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유해성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흡연의 위험성이나 자동차 안전띠 착용 의무화 필요성에 비유했다. 한림원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는 과거 담배 규제나 안전띠 의무화를 요구했을 때만큼 단호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드러난 현장의 실태는 심각하다. 한림원 설문에 참여한 의사 454명 중 절반(50%)은 온라인 콘텐츠와 연관된 정신적·신체적 피해 아동을 매주 한 번 이상 진료한다고 밝혔다. 의료진들은 유해 콘텐츠 노출로 아이들이 잔인해지거나 극단화되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온라인을 통해 동반 자살을 모의하거나 반려동물을 살해하는 등 충격적인 폐해가 임상 현장에서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압박도 더해졌다. 이달 초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에 반발해 사퇴한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부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을 비판했다. 올해 말 노동당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스트리팅 전 장관은 "소셜미디어는 담배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유해하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과거 거대 담배 회사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썼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크 거물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쓸 펜을 맡겨두었던 셈"이라며 "이제는 그 펜을 거두어들여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16세 미만 금지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호주를 모델 삼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위치 공유·무한 스크롤 등 중독성이 강한 기능에 연령 제한을 두고, 심야 시간대 앱 접속을 막는 야간 셧다운제를 비롯해 AI 챗봇 규제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청소년 보호 대책을 두고 12주간 공청회를 진행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며, 올여름 최종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사회적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SNS 유해 콘텐츠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은 26일 스타머 총리를 직접 만나 엄격한 규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영국 아동학대예방왕립협회(NSPCC)와 영국 소아청소년과의학회(RCPCH) 등 시민·의료 단체 연합도 성명을 통해 "단순한 연령 제한을 넘어 알고리즘을 통한 타깃 광고나 교묘하게 체류 시간을 늘리는 앱 디자인 자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주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