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예매 40%·N차 할인', 관객 사로잡아
발레축제 3만 원 동결·자치구 '가성비 발레'
발레가 고상하고 지출이 큰 장르라는 장벽에 부딪히자, 최근 발레계는 관객의 지갑 부담을 낮추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와 '실속형 기획'을 잇따라 도입했다. 3만~4만 원대 착한 가성비 무대들이 다가오는 연휴와 주말 나들이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는 것.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티켓 오픈 직후 관객을 선점하려는 발레계의 파격적인 조기예매(얼리버드) 마케팅이다.
국립발레단은 정기공연 대작들을 올릴 때마다 30~40%에 달하는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백조의 호수'의 경우, 티켓 오픈 직후 일주일간 예매하는 관객에게 조건 없이 30%를 할인해준다. 올해 1월 국립발레단이 GS아트센터와 협업한 '맥그리거 & 테틀리' 더블빌(두 개 작품을 엮어 한 공연에서 연속 상연)은 무려 40% 할인 혜택으로 R석을 4만 원대에 제공했다.
여기에 영화나 뮤지컬 시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N차 관람(회전문 관람)' 유도 마케팅도 눈에 띈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지방 순회공연을 유료로 관람한 내역이 있는 관객이 서울 정기공연을 예매할 때 30%의 특별 연계 할인을 제공하는 등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 속에서 예술의전당에서 진행 중인 국내 최대 규모 발레 행사인 '제16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가격 정책도 단연 이목을 끈다. 올해 발레축제는 고물가 시대에 발레 장르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축제의 메인 무대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기획 공연들의 좌석 요금을 R석 8만 원, S석 6만 원, 그리고 A석은 일괄 3만 원으로 대폭 낮춰 동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 무대에 오르는 와이즈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의 더블빌 '피에스타 & 프리다'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 발레단 작품들이나, 프로젝트클라우드나인의 대형 창작 발레 '발레아리랑'을 단돈 3만 원이라는 실속 있는 가격(A석)에 골라볼 수 있다.
극장의 높은 문턱을 허물고 대중의 일상 동선으로 들어온 '0원'짜리 무료 기획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를 개조해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가 대표적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발레리나의 역동적인 숨결과 찰나의 미학을 렌즈에 담아낸 사진전 '에코 레이어(Echo Layer); 시간의 울림'이 23일까지 무료 관람으로 진행 중이다. 비싼 티켓을 끊고 어두운 객석에 앉지 않더라도, 출퇴근길이나 주말 산책길에 지하보도를 걷는 것만으로 최고 수준의 발레 예술이 가진 시각적 감동을 향유할 수 있다.
무료 전시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 자치구 아트센터들 역시 자체 기획과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가성비 공연'을 선보이며 시장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가족 관객들과 2030 젊은 층이 부담 없이 발레 장르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강북권 거점인 노원문화재단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오는 8월 19~30일 '노원 발레 페스티벌 2026: 바운더리'를 통해 '지젤'(서울시티발레단), '호두까기인형'(댄스시어터샤하르), 김용걸댄스시어터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자치구 예술회관 특유의 구민 할인 등을 적용하면 최고 등급 좌석(R석)도 서울 대형 극장(10만~15만 원 선)의 절반 이하 가격인 3만 원 선에 관람할 수 있다.
국립 단체 역시 소극장 무대를 활용해 합리적인 관람료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오는 7월 18~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이는 단원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 10'은 국립 단체의 창작 무대를 전석 2~3만 원 선에서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속형 라인업이다.
민간 단체인 M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역시 대형 극장 R석의 절반 이하 가격인 A석 2만 원 요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무용 분야 티켓 판매액은 전년 대비 29.5% 급증하며 대중화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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