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가점 '인플레'…소형 평수에 대가족 '위장전입' 속출
건보·전월세 내역 교차 검증…정부 합동점검 대폭 확대
전문가 "사후 적발 한계…1순위 자격 상향 등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 최고 3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서 분양권을 노린 일당 5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3자녀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넘겨받아 24억원대 아파트에 당첨된 뒤, 분양권 불법 전매를 시도하다 덜미를 잡혔다.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분양에 청약 가점을 높이려고 세대원을 조작한 13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특별·일반공급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실제 함께 살지 않는 65세 이상 노부모나 타지에 거주하는 가족을 서류상으로만 허위 등록한 혐의를 받는다.
수백 대 1 경쟁률의 '로또 청약'을 노린 위장전입과 통장 매매 등 불법 청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대원을 허위로 등록하거나 브로커를 통한 청약통장 거래까지 이뤄지면서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2025년 상반기 주택청약 실태점검 결과 총 252건의 공급질서 교란행위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245건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긴 '위장전입'이었다.
최근 계속해서 발생하는 불법 청약 문제의 원인은 분양가와 시세 간 차익 확대와 그로 인한 경쟁 심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커지자, 청약 당첨 후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이에 따라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불법 청약 등 부정한 방법으로 기회를 얻으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강남3구 주요 분양 단지에서는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70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전용 44㎡ 타입 청약의 당첨 가점은 최저 74점, 최고 79점을 기록했다.
현행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등 총 84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49점)을 받더라도 부양가족 점수가 부족하면 당첨권에 들기 어렵다. 부양가족이 4명이어야 25점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5인 가족 이상이 돼야 74점대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고가 단지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단속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부패신고센터와 국토부는 지난 11일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과 지방 인기 단지 43개 단지, 약 2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합동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현장 점검 인력을 기존 8명에서 15명으로 증원하고, 단지별 점검 기간도 1일에서 3~5일로 확대하는 등 검증의 강도를 대폭 높였다.
특히 정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뿐 아니라 부양가족의 전·월세 거주 내역까지 교차 검증해 실제 동거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장애인·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자격 조작 여부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단속 강화와 더불어 성인 자녀를 활용한 단기간 위장전입 편법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현행 주택공급규칙상 1년인 30세 이상 자녀의 주민등록표 등재(거주) 요건을 3년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실거주 입증을 위해 성인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도 병행하기로 했다.
불법 청약으로 적발될 경우 주택법 제65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당첨 취소와 주택 환수는 물론 분양가의 10% 수준 계약금 몰수, 향후 10년간 청약 제한 조치도 뒤따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후 적발만으로는 불법 청약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부정청약 비리는 부양가족 수를 속이는 데서 발생한다"며 "부양가족 인정 요건을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 동거하는 사람으로 강화하거나, 대상을 '만 20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등 실거주 요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청약 시스템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재는 청약 1순위 자격을 얻기가 너무 쉬워 수요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이 문제"라며 "1순위 자격 기준 자체를 상향해 시장의 과열과 왜곡을 줄이고 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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