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부처님오신날 특별 인터뷰
"과학 발전과 마음의 평안은 별개…감정 총량 줄여야"
"한국불교 선명상, 미래 인류 정신문명에 중요한 역할"
"종교·전통 문화 고리로 남북 교류 가능성 열려 있어"
"종단 안정 중요…에너지 소모없이 품격있는 선거되길"
[서울=뉴시스]박미영 이수지 기자 =
AI(인공지능)가 신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AI가 나타났다고 해서 인간의 괴로움이 사라지느냐, 그건 아닙니다.
"과학이 발달하는 것과 사람의 마음이 행복하고 편안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자기 스스로 마음과 감정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우스님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선명상'을 제시했다. 스님은 선명상을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에서는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작용한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행복과 즐거움만 추구하지만 결국 괴로움도 같이 따라와요.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게 윤회죠. 결국 업(業)으로 쌓이는 감정의 총량을 줄여나가는 게 수행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 편안해져요. 그게 바로 선명상입니다.”
조계종이 최근 집중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선명상은 불교 수행법인 '선(禪)'과 서구권의 '명상(Meditation)'을 연결해 현대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낸 개념이다. 결국 '마음 평안의 기술'인 셈인데, 진우스님은 "선명상은 간화선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지식을 줄 뿐…괴로움은 못 없애"
진우스님은 AI 시대일수록 인간 내면을 다스리는 수행이 더 중요해진다고 봤다.
"AI를 통해 지식은 얻을 수 있어요. 모르는 걸 금방 알려주고 정보도 주죠. 그런데 인간 마음까지 대신 다스려주진 못합니다."
인터뷰 중 연등회에 등장한 '로봇스님' 이야기를 꺼내자 진우스님은 "불교는 원래 최첨단 종교"라며 웃어 보였다.
"지금의 AI는 손오공에 비하면 ‘새발의 피’예요. 앞으로는 훨씬 더 발전하겠죠. 그렇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 마음의 평안은 다른 문제입니다."
진우스님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 등에서 양자역학과 불교 사상의 접점을 설명해왔다. 스님은 "현대 과학도 이제야 불교가 2500년 전부터 탐구해온 인간 마음과 의식을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물리적 환경이 아무리 완벽해도 내가 불편하면 극락도 지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간 스스로 자기 마음과 감정을 조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선명상이 미래 인류 정신문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빠른 성장 속 여유 잃은 사회"
진우스님은 현대 사회의 우울과 고립, 자살 문제의 원인으로 지나치게 빠른 성장 과정 속에서 누적된 경쟁과 스트레스를 꼽았다.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유를 잃었어요.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급해졌고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와 피로가 계속 누적된 겁니다."
스님은 기술이나 환경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지금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마음 놓고 기대어 이야기할 자리가 부족한 사회예요. 결국 자기 감정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선명상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자기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수행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계종은 최근 선명상과 함께 청년층을 위한 문화 행사와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우울과 고립, 사회적 단절 문제를 수행과 명상을 통해 풀어보려는 시도다.
◆ "선명상·종단 안정, 차기 지도부 과제"
2022년 제37대 총무원장에 오른 진우스님은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오는 9월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가운데, 스님은 가장 의미 있었던 변화로 불교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 상승과 선명상 대중화를 꼽았다.
"예전보다 불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특히 '힙불교'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으로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 입불이 늦어지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열암곡 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불사는 단순한 토목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너진 불교의 시대 정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도 해요."
차기 지도부가 이어가야 할 과제로도 선명상을 꼽았다.
"앞으로는 인간 정신과 마음의 문제가 더 중요해질 겁니다. 선명상이 국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회적 치유 역할까지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 역시 단일 후보 추대 형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재임 여부 등 의사를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자연스럽게 인연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종교는 일반 정치 선거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며 "종교의 고유성과 민주주의적 가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진행될 때마다 갈등과 분열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선거가 종단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지 종단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단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라며 "불자들과 국민들이 한국불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품격 있고 안정적인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종교는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 지향해야"
진우스님은 종교와 전통문화가 갈등을 완화하고 공존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정치적 교류가 막힌 남북 관계에서도 종교와 전통문화 분야를 고리로 한 소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님은 최근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은 여지가 없으면 절대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어 "북한 역시 사찰과 불교 문화유산을 중요한 전통문화로 인식하고 있다"며 "전통문화와 관광, 문화유산 분야를 통해서는 교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종교와 국가 관계에 대해서는 특정 종교 행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자칫 종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종교는 갈등을 키우기보다 사회를 안정시키고 공존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공동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진우스님은 최근 종교 간 대화와 생명존중, 사회 통합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달 14일에는 청계광장에서 국민 정서 회복과 생명살림을 위한 '마음 Knock, 생명 Talk' 캠페인도 연다.
진우스님은 "여러 종교가 한마음으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두드려 열고(Knock),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Talk) 따뜻한 치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누구
강원 강릉 출신인 진우스님은 백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 사미계를 받았고, 1998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전남 담양 용흥사와 장성 백양사 주지, 총무원 기획실장·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2022년 종단 개혁 이후 처음으로 합의 추대 방식으로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올랐다. 재임 기간 선명상 대중화와 청년층 포교 확대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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