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군부인' 박준화 감독의 눈물 "모든 것이 제 잘못"

기사등록 2026/05/20 06:10:00

아이유·변우석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명예 퇴장

연기력 논란부터 동북공정 의혹까지 제기

"죄송한 상황 만들어, 시청자와 배우들에 사과"

"친절한 형태의 정보 드렸다면 논란 없었을 것"

[서울=뉴시스] 박준화 감독.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박준화 감독은 인터뷰 내내 편하게 웃지 못했다. 작품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연신 고개를 숙였고, 많은 일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명의 여지가 없고 가장 큰 책임만 남았다. 그래서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고, 어떤 상황이었든 전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박 감독이 연출한 '21세기 대군부인'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 아이유와 '선재 업고 튀어'로 스타 반열에 오른 변우석의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벌이지만 신분은 평민인 성희주와 왕의 아들인 이안대군의 로맨스는 매회 마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방영 내내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방송 초반부터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쟁이 불거졌고, 설득력 부족한 전개와 흐름을 끊는 연출은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마지막회를 앞둔 11회에서는 역사 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극 중 왕위에 오른 이안대군이 중국의 신하가 착용하던 구류면류관을 사용하고, 신하들이 자주국의 군주를 표현하는 '만세'가 아닌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치는 장면이 등장해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까지 직접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박 감독은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랬는데 죄송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연기자들에게는 노력에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의미에서 전후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방영 내내 논란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유지원 작가님께서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이 많아. 그 안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왕실 로맨스를 쓰려고 노력하셨다. 일제 치하 등 우리나라 역사 안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없는 형태의 조선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래서 모든 상황이 조선 왕조에 맞춰져 있다. 그 안에서 왕실의 대군과 평민 연인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어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친절한 형태의 정보를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역사 고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작가님께서 이안대군의 모티브를 수양대군으로 잡은 것 같다. 그리고 제가 초기에 대본을 봤을 때 (역사적 정보에 대해) 무지했다. 설정이 왕실이니까 고증에 대한 부분도 왕실의 의상, 미술 등에 맞춰졌다. 조선 왕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콘텐츠적인 요소가 현실과 다르게 비춰졌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자문이 조선 왕조에 맞춰져서 생긴 부분이었던 것 같다."

[서울=뉴시스] '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사진=MBC 제공) 2026.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왕실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일본 왕실을 참고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분위기였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 강했다. 어떤 면에선 무도회 장면을 연출하며 '너무 서양스러워서 오글거린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쪽에 초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논란 이후 작가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궁금하다.

"서로가 아쉽고 작가님도 많이 힘들어하신다. 본인 스스로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저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하다 모든 분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상황이 됐을까 하며 후회 섞인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유, 변우석 등 배우들도 사과문을 냈다. 이후 어떤 대화를 나눴는가.

"배우들한테는 미안한 것 밖에 없다. 배우들은 시청자분들에게 설레임과 즐거움, 밝음을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와중에 역사적인 해석의 문제, 저의 미숙한 표현으로 인해 그분들에게 상처를 드리고 사과를 하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마지막 방송을 하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연륜이 있는 사람이 저다. 조금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챙겼야 했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정에 너무 매몰됐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서울=뉴시스] 박준화 감독.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뒤늦게 합류해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닌가.

"사실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방송 시점이 정해져 있었다. 이런 드라마의 경우 (제작) 기간이 길었어야 했는데 짧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왕실이 있는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전통에 가까운 사람을 극중 가장 어린 왕으로 중심을 잡고, 그 다음은 대비로 뻗어갔다. 이런 식으로 기준점을 잡으면서 의상팀, 미술팀이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고민을 했어야 했다. 제가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극 중 '천세'라는 대사는 어떻게 등장한 건가. 이를 지적한 사람은 없었나.

"저의 무지함이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그냥 어떤 늪에 빠진 것 같다. 자문하신 분도 조선의 즉위식을 말해 주셨다.  조선 왕조가 아니라 자주적인 우리나라 모습을 그리면서 스토리를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도 장면은 (역사 왜곡) 의도가 전혀 없었다. 찻잔 위에 물을 뿌리는 것 때문에 논란이 나온 것 같다. 또 성희주가 한복을 입지 않은 것은 대비와 대척점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혁신과 현대적인 모습의 극단에 서 있는 성희주와 전통을 지키는 대비의 간극을 보여주고 싶었다."

-해명하고 싶은 오해가 있었다면.

"SNS 영상 중에 한 어르신이 드라마를 즐겁게 시청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가님이 원하는 의도가 잘 전달돼야 할 텐데, 우리나라에 없는 설정인데 시청자분들께 불편함을 드리면 어쩌지 하는 와중에 그 영상 속 어르신이 드라마를 보며 너무나 기뻐하시더라. 처음에 무도회 장면, 프러포즈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어르신이 '감동이야'라고 말하는 거다. 해명이라기보다 그렇게 힐링하시는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려서 죄송하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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