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대들보' 반도체, 슈퍼사이클 맞아…'초과이익 공유' 논쟁 불붙어 [한국에 무슨 일이②]

기사등록 2026/05/15 06:00:00 최종수정 2026/05/15 07:00:25

삼성전자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에 논쟁 불붙어

"반도체 성과 정부 지원, 협력업체 및 주민 협조로 가능"

靑 김용범, 초과 세수 활용한 '국민배당금' 제도 설계 주장

"제도 자체는 긍정적, 국민 합의로 어떻게 설계하느냐 중요"

"기업 투자와 혁신 유인 약화 우려…재정 측면 불안정" 지적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4.30.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세희 임소현 임하은 박광온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6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 성과를 노사가 독식하는 게 아닌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그동안 세제와 금융, 인프라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이에 따른 과실도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논리다.

게다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지급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꺼내들고 나오면서 기업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다만, 야당과 재계는 일각의 '성과 공유론'에 대해 투자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를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반도체 투톱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연간 영업익은 360조원, SK하이닉스는 27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의 전망치를 합치면 600조원이 넘는다.

◆노조 영업익 15% 성과급 요구에 불붙은 논쟁

반도체 성과 공유론은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요구가 발단이 됐다.

삼성전자 노조가 연간 영업익 전망치 기준 50조원이 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이익은 협력업체와 정부, 지역공동체의 투자와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5.10.29. jtk@newsis.com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협력 기업과 400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가 연결된 만큼, 발생한 이익을 내부에서만 나눠도 되는 건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 정부 지원과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인프라 조성을 위해 전력 및 용수 등 기반 시설과 인허가 특례 등을 지원한 바 있다.

또 이른바 'K-칩스법'을 만들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 공제도 확대했다.

이같은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력과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해 왔고, K-칩스법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며 "그 결과로 초과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그 혜택이 기업 내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법인세 공제 제도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면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고, 그 여파는 결국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로 초과 이익이 발생했을 때는 그 일부가 국민경제와 사회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초과 세수 기반 국민배당금 제도 등장…화두 던졌다

최근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며 가칭 '국민배당금' 제도를 거론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기술독점적 성격이 강한 경제구조로의 이동, 이것이 지금 한국 앞에 열려 있는 가능성의 핵심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도중 입장발표를 위해 협상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6.05.12. ppkjm@newsis.com
이어 김 실장은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초과 세수에 대한 원칙이 없이 그때그때 소진됐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과 세수로 국가부채를 줄이자는 주장도 가능하고, 국부펀드 형태로 장기 비축하자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국민배당금을 설계해 ▲청년 창업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초과 세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 수준을 고려한 반도체 투톱의 법인세 규모가 10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배당금’ 두고 의견 엇갈려…사회적 논의 확산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도 설계 주장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국가적 지원을 받은 산업의 초과 세수나 이익이 사회에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적 지원을 받은 첨단산업은 막대한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주주나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성과가 환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며 "필요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동안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는 논리로 법인세율을 계속 낮춰왔지만, 결국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며 "기업이 어려울 때 국가가 긴급재원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처럼 반대로 기업이 평균 이상의 초과이익을 얻는 상황이라면 국가도 일정 부분 사회적 환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적 비중"이라며 "이러한 상황이면 두 기업을 단순한 민간 기업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울산 동구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5.13. bjko@newsis.com
이어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AI 투자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단순히 기업 자체의 성과로만 볼 수 있겠느냐는 게 하나의 토론 주제가 되는 것"이라며 "산업 성장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을 어려운 계층이나 산업에 대한 지원에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국민 배당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국민에게 그냥 다 나눠주자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결국 어떠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과제를 안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야당과 재계에서는 투자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교수는 "기업이 열심히 노력해 성과를 냈는데 그것을 과도하게 거둬간다면 기업의 투자와 혁신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며 "적정한 수준에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나 산업 상황에 따라 초과 세수 규모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분배 체계를 만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초과 세수는 경기나 산업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는데, 일시적으로 들어온 돈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분배 체계를 만드는 건 재정 측면에서 불안정하다"며 "초과 세수는 우선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그다음 여력이 있다면 해당 산업의 혁신이나 추가 성장을 위한 재투자에 쓰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한편, 청와대와 여당은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도 설계' 주장에 대해 "내부 논의와 무관한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인프라 지원, 막대한 세액공제, 국민의 전력·용수·교육 투자 등 사회 전체의 지원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초과이익은 재벌 대기업과 주주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제는 천문학적 초과이익의 사회적 환류와 공익적 재분배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반도체 기업의 막대한 수익은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와 지원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오는 20일 긴급 좌담회를 열고 반도체 초과이윤 공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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