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 달라진 대학 동아리…'탈퇴비·벌금제' 논란 확산

기사등록 2026/05/11 14:49:37 최종수정 2026/05/11 15:18:23

"탈퇴비 때문에"…대학서 7시간 감금 소동

대학가 의견 분분 "안정적 운영 위해 필요"

"돈 때문에 열심히 활동하진 않아" 주장도

법조계선 "사전 동의 받았다면 강제력 有"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용공고게시판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2025.12.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박형훈 인턴기자 =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대학교 동아리 문화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 친목 활동을 넘어 실무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부 동아리에서는 결석·지각 벌금이나 탈퇴비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라는 주장과 "과도한 강제"라는 반발이 맞서고 있다.

11일 경찰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대학생 A씨가 자신이 속했던 동아리 학생을 상대로 낸 공동감금·공동공갈 혐의 고소 사건을 지난 3월 불송치 처분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 대학 교내 스터디룸에서 벌어졌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A씨가 해외여행 일정 등을 이유로 탈퇴 의사를 밝히자, 다른 팀원들이 이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당시 양측은 약 7시간 30분간 대치한 끝에 A씨가 탈퇴비를 내기로 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이후 A씨는 "팀원들이 자신을 강제로 붙잡아두고 금전을 갈취했다"며 팀원들을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물리력이 행사된 정황이 없고, 탈퇴비 규정 역시 사전에 공유된 규칙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에게 다른 비용을 요구하며 욕설을 한 1명만 검찰에 송치됐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이 같은 '보증금·벌금제'를 도입하는 동아리가 적지 않다. 최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종의 '스터디' 성격이 강해지면서 구성원 이탈이 전체 일정과 결과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국립대에 다니는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교내 금융계열 학술동아리에 가입지만, 희망하던 직무 분야를 배정받지 못하고 운영 방식에도 불만을 느껴 한 달 만에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자 동아리 운영진은 회칙을 근거로 B씨에게 탈퇴금 20만원을 요구했다. B씨는 사전에 고지받지 않은 내용이라며 거절했고 관련 내용을 교내 커뮤니티에 공론화했다. 게시물에는 "사전에 회칙을 알렸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대학가에서는 동아리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강제하는 보증금과 벌금 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는 사전에 규정을 정확히 공지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다른 학생들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제시사토론 연합동아리 운영진인 정모(24)씨는 "동아리의 핵심 커리큘럼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발제, 토론하는 것인데, 취업 등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탈퇴하는 인원이 많아 일정에 차질이 생긴 적이 있다"며 "동아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보증금과 벌금 규정을 새로 도입했고, 실제로 문제가 확연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C(27)씨는 "동아리 운영에 사용하는 비용을 회원들에게 걷는 건 이해가 가지만, 탈퇴 등을 이유로 강제로 돈을 납부하게 하는 건 과도한 것 같다"며 "돈 때문에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학 동아리가 '프로젝트 조직'처럼 운영되면서 관련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입 단계에서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할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상식에 반하는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사전에 동의받았다면 (탈퇴비)는 법적인 강제력이 있다"며 "동아리에 가입할 때 지각이나 탈퇴 등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내용을 명문화해놓으면 분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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