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전문가 간담회 실시
"소유 규제보다 이용 관리체계 필요"
임차농지 감소 속 대농 집중 심화
"전수조사 단속만으론 한계"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이달부터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농지 정책의 방향을 기존 '소유 규제' 중심에서 '이용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계약서 없는 임대 관행과 대농 중심의 임차 집중 등 농지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현행 농지 정책이 '소유 규제'에 지나치게 치우친 결과 음성 거래와 임대차 시장 왜곡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투기 근절과 실제 이용 현황 파악을 위해 이달부터 2년에 걸쳐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논의를 종합하면 기존 '소유 중심 규제'에서 '이용 중심 효율적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추후 주요 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농지 임대차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농지 임차 면적은 2013년 85만6000㏊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연평균 약 1만3600㏊씩 줄어들고 있으며 임차료율 역시 장기 하락 추세다. 임대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반이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남아 있는 임차농지마저 일부 대농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2000년 0.54에서 2020년 0.66으로 상승했다. 10㏊ 이상 대농에 임차지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2010년 이전에는 신규 농가가 임대차 시장에 진입해 규모화를 이루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소농 붕괴 속에서 기존 대농만 규모를 키우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지 공급 구조 변화도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현재 임대 공급은 영농 은퇴를 고려하는 고령농과 상속 등으로 농지를 보유한 도시 거주 비농업인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농지 훼손 우려와 자산 가치 유지 등을 이유로 공식 농지은행이나 공개 시장을 통한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직불금 수령이나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 같은 세제 혜택이 오히려 편법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계약서 미작성이나 사적 네트워크 중심 거래, 이른바 '위장 자경' 같은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단속 중심으로만 흐를 경우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농촌 현장의 불법 임대차 상당수는 고령농의 생계·노후 문제와 청년·전업농의 현실적 필요가 결합된 구조적 산물인 경우가 많다"며 "조사 과정에서 이를 어떤 기준으로 다룰지 정부 입장이 사전에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농지 전수조사가 단순 적발 중심으로 흐를 경우 농촌 현장의 반발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단속 강화와 함께 합법적 임대 유인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채 연구위원은 농지은행 등에 장기 임대를 맡길 경우 자경 의무를 일부 인정하거나 농지연금·직불금과 연계한 고령농 은퇴 지원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규제와 단속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주들이 자발적으로 농지를 공공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합법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농지은행 장기 임대와 세제·농지연금 등을 연계한 유인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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