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보행 느리고 말수 줄었어요"…심각한 신호?

기사등록 2026/05/06 11:33:22 최종수정 2026/05/06 12:14:07

고령층 두통과 더불어 인지기능 변화 주목해야

[서울=뉴시스] 좌측 편마비 발생했던 85세 여자 환자.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 진단이 보편화되면서 고령에서 뇌종양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뇌종양은 발생률 자체가 다른 암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발생 위치에 따라 삶의 질과 독립적인 일상생활, 생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뇌종양은 뇌나 그 주변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통칭한다. 종양의 성격에 따라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며, 발생 부위와 세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뇌 자체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교모세포종, 뇌를 싸고 있는 막에서 생기는 뇌수막종,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경초종, 폐암·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된 전이성 뇌종양 등이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 뇌종양이 늘고 있다.  고령 뇌종양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환자에서는 두통, 구토, 경련, 마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 환자에서는 두통보다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말수가 줄어듦, 보행이 느려짐, 의욕 저하 같은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승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신경외과)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치매가 시작된 것 같아 검사를 받다가 전두엽 또는 측두엽 종양, 뇌수막종, 전이성 뇌종양 등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며 "노화나 우울증, 치매로 오인되기 쉽지만  성격 변화가 뚜렷하거나 보행 장애·언어 장애·한쪽 팔다리 힘 빠짐·경련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뇌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뇌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한 경련은 뇌종양을 포함한 구조적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뇌수막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뇌종양 중 하나다. 뇌 자체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아니라 뇌를 감싸는 막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대부분 천천히 자라고 양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후각 저하, 언어 장애, 마비, 경련,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두엽 주변에 생긴 수막종은 두통보다 무기력, 성격 변화, 실행기능 저하처럼 치매와 비슷한 양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모든 수막종을 즉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크기와 성장 속도, 부종 여부, 증상, 환자의 전신 상태를 종합해 경과 관찰, 수술, 방사선 수술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으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최근의 분류 체계에서는 현미경 소견뿐 아니라 IDH 변이, MGMT 메틸화 등 분자유전학적 정보를 함께 고려해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표준 치료는 가능한 안전한 범위의 수술적 절제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다만 고령 환자에서는 전신 상태, 인지기능, 보행 능력, 가족 지지, 환자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 방사선 치료 범위와 항암 치료 여부를 개별화해야 한다.

전이성 뇌종양도 고령에서 흔히 접하는 뇌종양이다. 폐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이 뇌로 전이될 수 있으며, 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전신 질환은 조절되지만 뇌 전이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병소 수와 크기, 전신 암의 조절 상태, 증상 여부에 따라 수술, 정위방사선수술, 전뇌 방사선 치료,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치료제 등을 조합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가능한 정상 뇌 손상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병소에 정밀하게 방사선을 집중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뇌종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승호 교수는 "같은 80세라도 어떤 환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수술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반면, 어떤 환자는 동반질환과 허약 상태 때문에 작은 치료에도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며 "실제 치료 결정에서는 생물학적 나이, 동반질환, 복용 약물, 인지기능, 보행 능력, 영양 상태, 환자와 가족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와 가족이 기억해야 할 경고 신호도 있다.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하거나 점점 심해지는 두통, 아침에 심한 두통과 구토, 새롭게 발생한 경련,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짐, 시야 장애, 보행 장애는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지기능 저하도 중요한 신호로 봐야 한다.

양승호 교수는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기억력과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성격이 갑자기 변하거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빠르게 나빠진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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