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 vs 지지층 요구…내부 충돌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신중론을 펴온 FDA 수장과 '전자담배 완화'를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표면화되며 정책 혼선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FDA 국장 마티 마카리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향 전자담배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플로리다에 머무르며 여러 차례 전화로 참모들과 논의했고, 이후 백악관에서도 마카리 국장의 전자담배 승인 지연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특히 젊은 '마가(MAGA)' 지지층에서 가향 전자담배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카리 국장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사실상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마카리 국장은 로스앤젤레스 소재 제조업체 '글라스(Glas)'의 멘솔·망고·블루베리향 제품 승인을 한 차례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마카리 국장 측은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FDA는 이후 입장을 바꿔 해당 제품을 승인했다.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기에 청소년 사용 방지 기능이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공중보건 우려를 앞세워 신중론을 펴온 마카리 국장의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른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카리 국장은 최근 가향 전자담배 정책 방향 수정 가능성을 두고 직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리 국장은 그동안 과일향 등 청소년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제품 승인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2024년 대선 당시 "전자담배를 살리겠다"고 공약했지만, 1기 행정부 시절에는 청소년 사용 급증에 대응해 가향 제품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또한 당시 담배 구매 연령을 21세로 상향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한편 백악관은 공식적으로는 마카리 국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정책의 기준은 과학"이라며 "마카리 국장의 선구적인 리더십 아래 FDA는 바이든 행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국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증거 기반 결정을 계속해서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마카리 국장의 리더십과 정책 판단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전해진다.
마카리 국장은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 승인 거부, 제약업계와의 갈등, 인사 문제 등으로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복지부 장관이 과거 마카리 국장을 '명목상 인물'로 격하하고, 다른 인물을 FDA 국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 내부 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핵심 보직 인사의 사임과 해임 시도, 백신 규제 책임자 인선 무산 등 주요 정책 라인에서 마찰이 반복되며 조직 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낙태약 안전성 연구 지연 문제로 보수 단체들이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의회에서는 FDA가 과학보다 정치적 판단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카리 국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고 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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