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의 가족' 위탁가정 이야기…'위탁된 가족'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가족 해방(복복서가)=에이먼 돌런 지음
저자 에이먼 돌런은 신간에서 가족과의 절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 등 논쟁적인 논픽션을 기획·편집한 30여 년 경력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돌런은 자신과 형제자매를 학대한 어머니와 절연한 당사자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관계를 끊었지만, 그는 "키마저 자란 기분"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가정 내 학대 상황에서 절연이 흔히 비극이나 불운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그는 그 과정에서 기쁨과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출발점으로 정신의학·심리학·사회학 이론과 생존자 심층 인터뷰를 함께 담았다. 안전하게 관계를 끊는 방법과 이후 삶을 회복해가는 실질적인 지침도 제시한다.
케임브리지대학 가족연구센터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친족과 결별한 사람 가운데 80%가 삶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했다. 돌런은 이 주제를 다룰 전문가를 찾다 3년 만에 직접 집필에 나섰다.
학대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돌런은 아동 학대의 후유증으로 '복합 PTSD'를 주목한다. 이는 뇌의 해마와 전전두엽 구조를 변형시켜 개인의 정체성과 대인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생존자가 일반 대중보다 자식을 학대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생존자는 학대자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피해자에게 회복과 긍정을 촉구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저자는 이를 '유해한 긍정성'이라 규정하며,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학대 생존자의 입을 막아왔다고 지적한다.
돌런은 가족과의 절연이 단번에 이뤄지는 결단이 아니라, 관계 회복 가능성을 살피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책임은 학대자에게 있고 배상 책임까지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절연 이후에는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는 유대감을 나눌 공동체를 스스로 선택하는 '선택 가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위탁된 가족(다각)=배은희 지음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
우리 법이 내린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정의다. 국가는 이 중 다수를 '시설'로 보낸다. '가정'이라는 선택지도 존재하지만, 대개 친인척이나 조부모 등 혈연 중심이다. 이와 달리 전체의 약 10% 남짓을 차지하는 '비혈연 위탁가정'은 전혀 모르는 타인과 가족이 되는 경우다.
이 책은 위탁 가정 아홉 곳과, 열한 명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위탁 엄마들과의 '인터뷰'와 저자의 서술을 오가며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정책·연구를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됐다. 저자가 은지의 위탁엄마로 11년간 살며 깨친 내용도 스며들어 가정위탁 제도의 설계, 전달 체계, 책임의 배분, 사회적 인식을 아우른다.
특히 책은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임시' 부모들이 느끼는 '언제 이 아이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함도 담아낸다. "와야 오는 거고, 가야 가는 거다"는 말이 위탁부모 사이에서 통용되는 배경이다.
"낳지도 입양하지도 않은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족은 혈연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지지 위에서 지속되는 돌봄의 연대라는 사실이다."
위탁가정에 대한 탐구를 통해 저자는 위탁부모의 선의와 헌신 혹은 희생과 인내로 메워지고 있는 거대한 틈을 제도와 지원으로 짐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하나씩 마칠 때마다 부모가 부모의 자리에 없는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야 하는지, 질문하게 됐다. 나는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아이에게 가정위탁이 해답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가정이냐 시설이냐를 따지기보다, 지금 이 아이에게 어떤 형태의 보호가 가장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지 끝까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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