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벽에 돼지 피?"…'괴담' 뒤에 숨겨진 고대 건축의 과학

기사등록 2026/04/27 12:04:00 최종수정 2026/04/27 14:30:24
[서울=뉴시스] 중국 자금성이 매년 60만 톤의 돼지 피를 사용해 악귀를 쫓는다는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졌다. 20년 동안 자금성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저우첸은 벽에 칠하는 혼합물 '디장층' 안에 돼지 피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미신적 이유가 아니라 접착제와 목재 보호 효과 때문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이지우 인턴 기자 = 중국 자금성이 매년 60만 톤의 돼지 피를 사용해 악귀를 쫓는다는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졌다.

지난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고대 건축물 전문가 저우첸이 쓴 책 '자금성 지붕 아래에서: 자금성에 관한 50가지 질문에 답하다'를 인용해서 자금성 관련 루머의 내용을 분석했다. 저우첸은 20년 동안 자금성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인물로, 책을 통해 자금성을 둘러싼 루머들을 반박했다.

저우첸은 "목조 구조물이나 벽 외부에 칠하는 혼합물 '디장층'에는 실제로 돼지 피가 들어간다"면서 자금성 벽면에 돼지 피를 칠하는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귀를 쫓기 위한 미신적인 목적이 아니다. 접착제로 쓰기 위해 돼지 피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저우첸은 "돼지 피가 벽돌 재, 기름 등과 섞이면 모르타르를 형성한다. 모르타르는 햇빛, 비, 곤충으로부터 목재를 지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돼지 피를 사용하면 디장층의 접착력과 내구성이 향상된다. 고대 장인들의 과학적 발명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저우첸은 명나라 시기부터 이 기술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자금성은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한 황궁 단지로, 1420년부터 20세기 초까지 500년 이상 사용됐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금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자금성에 방문한 사람은 1800만명에 육박한다.

자금성에 돼지 피가 사용된다는 소문은 과거 많은 관리, 황족, 하인이 처형을 당해 귀신이 떠돌고 있다는 민간 전설에서 비롯됐다. 일부 방문객들은 자금성에서 귀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금성은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데, 일부 사람들은 저녁에 귀신이 나타나기 때문에 당국이 해 질 무렵 방문객을 내보낸다고 주장했다. 자금성 측은 이 소문을 부인하면서 "전시품 점검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돼지 피 사용에 대한 해명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고대 장인들의 지혜와 근면함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전통적인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한편 "나는 여전히 돼지 피가 악귀를 쫓는다고 믿는다"면서 농담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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