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살예방협회 '천명지킴 발대식' 부스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학습한 AI와 대화
시민 직접 쓴 자살예방 응원 문구 이어져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밥 먹자!"
"혼자가 아니에요."
"헤맨 만큼 네 땅이 될거야."
24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한국자살예방협회의 부스 현수막에는 시민들이 붙이고 간 분홍색 메모지가 시간이 갈 수록 하나 둘 늘어났다. 점심시간 직장인부터 학생,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어디선가 고립감에 빠져있을 누군가에게, 또는 서로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국무조정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이날 연 '천명지킴 발대식' 현장에 마련된 이 부스는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자살예방에 대한 시민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운영됐다.
부스를 찾은 시민들은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위로의 메시지를 쪽지로 남겼다.
정민선(19)양은 "저도 방황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이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며 '헤맨 만큼 네 땅이 될 거야'라고 적었다. 그는 "당시 큰 힘이 됐던 말이라 적으면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김나현(32)씨는 "주변에 계절성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병규(35)씨는 "'오늘 하루도 힘내자'는 말을 남겼다"며 "주변에 있는 위험군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권민광(40)씨는 "회사 들어가던 길에 들렀다"며 "항상 힘들어도 웃다 보면 웃음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권씨는 '항상 웃음을 잃지 말고 힘내자 화이팅'이라고 적었다.
남수현(26)씨는 "자신을 가두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즐기면 좋겠다"고 했고, 함께 방문한 김혜미(26)씨도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희망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
부스 한편에서는 '내 손 안에 AI 생명지킴이 체험'도 진행됐다.
노트북에 설치된 프로그램은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듣고말하기'를 학습한 AI로, 주변인의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안내한다.
예를 들어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는데 어떻게 말을 걸면 좋겠느냐"고 묻자 AI는 섣부른 충고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판단없이 들어줄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혹시 또 힘들어지면 나한테 꼭 말해줘'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라고 했다.
또 "그 사람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하느냐"고 하자, AI는 "이제 다 나았지?" "약은 언제까지 먹어?" 등의 질문은 삼가라는 조언을 했다. AI는 대신 "요즘 어때?" "밥 먹었어?"와 같은 일상적 안부를 묻고, 곁에 있겠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라고 권했다.
AI를 개발하고 있는 박성준 AI 자살예방전략위원장은 "가이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살예방을 실천할 수 있을지 돕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연구 목적으로 사용 동의를 받아서 자료를 수집하고 AI를 보완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스를 찾은 한국자살예방협회 백종우 협회장은 "우리 사회에 자살 문제가 심각한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알지만, 자살을 말하는 건 주저하게 된다"며 "자살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주변의 아픈 사람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도움을 청해도 된다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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