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아들 박중언 본부장에겐 징역 7년 선고
재판부 "안전조치 완전 방치했다고 보이진 않아"
유족들, 선고 직후 "우리 가족 살려내라" 분통·고성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2일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파견법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7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모두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었고 화재 이틀 전 선행 폭발 등 사고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후속공정을 계속했다"며 "후속공정 중단이나 화재·폭발 시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만 했어도 막을 수 있던 참사라는 점에서 책임이 중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기존에 사고가 발생한 부분이나 작업상 안전조치가 필요한 공정에 대해서 구체적 안전조치를 해왔고, 아리셀 사업장의 위험성을 외면하고 이익 추구에만 몰두했거나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유족 전원과 합의한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 전원 및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다"며 "일부 유족이 처벌을 탄원하고는 있으나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게 되면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급기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우리 가족 살려내라", "사람 23명이 죽었는데 4년이 뭐냐"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재판부는 유족인지를 확인하고 감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소리를 지른 방청객을 앞으로 불러냈다.
다만 이들 대부분 유족으로 판단돼 별도 감치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유족들은 재판부 앞에서 재차 "사람 23명이 죽었다. 1심 징역 15년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2심 4년은 너무한 것 아니냐", "유족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4년 판결 못한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이 정도 규모에서 징역 4년이 나오면 사실상 중처법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인지,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억울하고 다툴 수 있는 게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유족에게 큰 상처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발언을 끝으로 항소심 재판을 모두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2024년 6월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진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 미이행,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미구비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아들 박 본부장은 전지 보관·관리(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와 안전교육·소방훈련 등 화재 대비 안전관리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이번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을 위한 벽을 임의로 해체하고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파견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공정에 대한 안전교육도 없이 공정에 투입해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1심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이후 검사와 피고인 측 모두 항소하며 항소심 재판이 진행됐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 공범으로 같이 기소된 홍모 아리셀 상무와 정모 파견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박모 아리셀 안전보건관리담당자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도 1심 징역 2년 및 금고 2년에서 감형받았다.
1심에서 금고 1년을 선고받았던 오모 아리셀 생산파트 선임은 "담당 업무 내용 등에 비춰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뒤집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