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회로 속 도파민 '공간 규칙' 발견…파킨슨병 치료 새 길

기사등록 2026/04/20 09:23:52 최종수정 2026/04/20 10:10:24

UNIST 김재익 교수팀 연구…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울산=뉴시스] 도파민은 억제성 시냅스 전달을 감소하는 동일한 역할을 하지만 세부 구역에 따라서 조절 방식이 다름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설명한 연구그림 (사진=UNIST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같은 뇌 신경회로 안에서도 세부 구역에 따라 도파민의 신호 조절 방식이 달라지는 이른바 '공간 규칙'이 발견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팀이 뇌 속 '기저핵 간접경로'에서 도파민이 억제성 신호를 조절하는 방식이 내부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저핵은 자발적인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다. 이 중 '간접경로'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저핵 내의 선조체와 외측 창백핵(GPe)을 잇는 이 경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통해 작동하며, 도파민은 이 신호의 강도를 조절하는 핵심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도파민이 억제 신호를 낮추는 역할을 하더라도 공간 구획에 따라 그 작동 방식이 달랐다. 연구팀이 외측 창백핵을 4등분해 분석한 결과, 배외측과 복내측 영역에서는 도파민이 'D2 수용체'를 통해 가바 방출 자체를 줄여 억제 신호를 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배내측과 복외측 영역에서는 'D4 수용체'가 작용해 같은 신호에 대한 반응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억제 신호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도파민이 한쪽에서는 억제 신호 발생 자체를 줄이고, 다른 쪽에서는 신호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맞춤형 조절을 하는 셈이다.

특히 파킨슨병 모델 실험 쥐처럼 도파민 분비가 줄어든 상태에서는 기존에 유지되던 이러한 공간별 조절 패턴이 완전히 뒤집히는 현상이 관찰됐다. 원래는 영향을 받지 않던 영역에서 새로운 신호 조절이 나타나고, 반대로 기존에 강하게 작용하던 영역에서는 효과가 약해진 것이다.
[울산=뉴시스] 김재익 교수(좌측)와 이영은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1저자인 이영은 연구원은 "도파민 감소가 단순히 전체 신호를 약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 신경회로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재익 교수는 "뇌 기저핵을 통과하는 다양한 감각과 운동 정보가 창백핵의 위치에 따라 도파민에 의해 각기 다르게 변조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며 "특정 뇌 영역과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파킨슨병 치료제 등 정밀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신경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핵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뇌기능규명조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3일자로 공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