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달라졌다…질주하는 中로봇[베이징 리포트]

기사등록 2026/04/19 18:11:13

지난해 1회 대회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속도 빨라져

원격제어 외에 자율주행 방식 로봇도 대거 참여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대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발지점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2026.04.19. pjk76@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우다다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들리기가 무섭게 휴머노이드 로봇 1기가 눈앞을 번개처럼 지나쳐 달려갔다.

어슬렁거리며 달리는 로봇을 여유롭게 휴대폰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지나갔다. 쏜살같이 달리는 속도에 휴대폰을 움직이는 손이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19일 오전 내외신 취재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는 이처럼 지난해 치러진 첫 대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시작부터 로봇들은 무섭게 질주했다. 로봇이 달리는 트랙 옆에 마련된 별도의 코스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경주를 시작하던 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은 로봇의 속도에 놀라면서 신기한 듯 지켜보며 달렸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돌고래 모양의 휴머노이드 로봇 너머로 달리던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져 있다.. 2026.04.19. pjk76@newsis.com
이 같은 로봇들의 경주 속도는 이내 기록으로 나타났다. 이날 가장 빨리 결승선에 도달한 로봇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아너(honor)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샨뎬'을 활용해 출전한 '포펑샨뎬(破風閃電·바람을 가르는 번개)'팀으로, 48분19초 만에 경기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로봇의 기록이 사람보다 훨씬 느린 2시간40분42초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단축이다. 결국 우간다의 제이콥 키플리모가 세운 세계 기록인 57분20초를 넘어섰다.

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속도 향상은 어느 정도 예견돼있었다.

중국 로봇 기업 위수커지(宇樹科技·유니트리)가 지난 11일 공개한 영상에는 자사 로봇 H1이 100m를 초속 10.1m에 주파하는 영상이 담겨있다. 로봇의 다리 길이는 80㎝, 몸무게는 약 62㎞으로 영상에는 "일반인의 체격으로 세계 챔피언의 속도로 달렸다"는 자막도 떴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레게 스타일의 머리카락을 얹은 채 대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발해 달리고 있다. 2026.04.19. pjk76@newsis.com
자메이카의 전설인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초속 10.4m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 100m를 9.58초에 달린 세계 기록에 맞먹는 속도다.

왕싱싱 위수커지 창업자 겸 CEO도 앞서 한 포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올해 중반까지 100m 달리기에서 10초 장벽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속도 외에 이번 대회에서는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로봇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와 달리 자율주행 부문을 따로 신설해 원격제어와 자율주행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과 달리 자율주행의 경우 로봇이 스스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방향·속도 등을 판단하고 조절해 달린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대회 참가팀 차량이 뒷좌석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태운 채 달리는 로봇을 쫓아가고 있다. 2026.04.19. pjk76@newsis.com
그럼에도 올해 참가팀 105개 팀 가운데서 무려 절반에 가까운 42개 팀이 자율주행 부문에 도전했다. 경기 결과는 돌이켜봐야겠지만 참가팀 비중을 보더라도 인공지능(AI) 기술의 향상을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율주행 부분이 난이도가 더 높은 만큼 규정을 통해 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격제어 부문에 페널티가 주어져 실제 주행 시간에 1.2를 곱해 경기 기록을 산출하도록 했다. 이에 결국 대회 1∼3위는 50분26초 만에 결승선에 도착해 우승을 차지한 '치톈다셩(齊天大聖·제천대성)'팀 등 모두 자율주행 부문에서 나왔다.

이 밖에 대회에서는 배터리  교환 시 첫 번째는 5분, 두 번째는 10분의 페널티를 부여하고 로봇 교체 시 첫 번째는 15분, 두 번째는 20분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규정들도 적용됐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대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발지점에서 달리다 넘어져 관계자들이 로봇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6.04.19. pjk76@newsis.com
이날 행사에서도 넘어지거나 굼뜬 동작을 보이는 로봇들이 없진 않았다.

상당수의 로봇들이 출발점에서는 적응이 필요한 듯 다소 느린 동작을 보이다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고 '갈 지(之)'자로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로봇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멈춰 섰다가 다시 달리거나 트랙에서 넘어진 채 결국 팀 관계자의 손에 의지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일부 로봇들은 레게 스타일의 머리를 뒤집어쓴 채 달리거나 귀여운 캐릭터 모양으로 등장해 관람객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행사에 대해 "이좡 로봇 마라톤은 이미 단순한 경기대회를 넘어 산업 기술력을 보여주는 창구가 됐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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