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심사 기준 발표…이르면 7월부터 시행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CJ올리브영 등 차기 IPO(기업공개) 대어로 불리던 기업들의 상장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방안을 확정하면서입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시켜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구조를 말합니다. SK그룹, HD현대그룹, 한화그룹, LS그룹 등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대기업 집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핵심사업 분리, 인수합병(M&A)·투자 유연성 확보 등의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반발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유망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모회사 가치가 약화되거나, 계열사 동시 상장으로 기업 가치가 중복 평가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지난 2022년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했는데요.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던 주주들은 알짜 사업부가 빠져나간 이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하고,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초안이 공개된 이후, 지난 16일에는 구체적 심사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바뀐 제도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예외 허용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중복상장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3가지 심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모·자회사의 주력 제품과 사업모델의 유사성, 의사결정 구조, 일반주주의 동의 여부까지 확인하겠단 계획인데, '바늘구멍'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IPO를 준비해 오던 다수 기업들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CJ올리브영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데, 모두 상장 모회사와의 사업 연계성이 높아 IPO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1호 중복상장 심사 대상'이 되길 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예외 허용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기업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또 국내 중복상장 대신 해외상장이라는 우회로를 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해 개정 예고에 나설 계획입니다. 향후 심사 기준의 구체적 적용 방식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시장이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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