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영화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상세히 설명한 이른바 '스포일러 기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일본 NHK 등 외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이트 운영자 A씨(39)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만엔(약 929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외부 필진을 통해 영화·애니메이션 내용을 상세히 정리한 글을 게시하고 광고 수익을 올렸다. 조사 결과 “기사만 읽어도 내용을 모두 알 수 있게 작성하라”고 지시했으며 2023년 한 해 약 3800만엔(약 3억50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의 쟁점은 영화 내용을 글로 요약한 행위가 저작권법상 '각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문제가 된 콘텐츠는 영화 '고질라-1.0'과 애니메이션 '오버로드 Ⅲ-지배자의 우울' 등으로 A씨는 전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고 일부 대사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원작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해 저작권자가 정당하게 누려야 할 수익을 침해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글로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영상·연출 등 원작의 핵심적 표현 요소를 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영화 전개를 상세히 기술한 글은 원작의 본질적 특징을 유지한 새로운 저작물로, 번안(각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분량과 내용이 원작 감상과 유사한 수준으로, 단순 감상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 가치를 이용한 행위로, 문화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통상 영화 등을 소설 형태로 각색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번 사례는 허가 없이 이루어진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일본에서는 2021년 영화 영상을 10분 내외로 요약한 '패스트 무비' 운영자들에게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텍스트 형태의 상세 줄거리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ufo02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