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 해협 넘어 오만만에서 U턴 해협 라라크섬에 정박
아랍에미리트 항구 출발 선박은 2023년 美 제재 대상 지정 이유
“中 상선들, 美 해상 봉쇄로 인한 위험 저울질”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나선 이후 48시간 만에 중국의 유조선 2척이 해협 통과를 시도하다 회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그중 한 척인 리치 스타리호는 이란 항구를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이란의 수출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혐의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선박이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상선들이 해상 봉쇄로 인한 위험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어느 나라 선박도 특별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충칭에 본사를 둔 해양 정보 제공업체 밍쿤 테크놀로지의 자료에 따르면 리치 스타리호는 현지 시간으로 14일 새벽 2시경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만만 동쪽으로 항해해 들어갔다.
하지만 오후 3시경 U턴해 해협을 다시 통과해 들어와 15일 저녁에는 이란의 라라크섬 남서쪽에 정박했다.
길이 188m의 유조선 겸 화학물질 운반선인 리치 스타리호는 13일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앞바다의 정박지를 떠나 해협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미국 제재 대상인 이 선박은 아프리카 내륙국 말라위의 국기를 달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에서 실은 약 25만 배럴의 메탄올을 운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상하이 쉬안룬 해운 소유의 이 선박은 14일 해당 해협을 건너려고 시도한 최소 8척의 선박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리치 스타리호는 이란의 에너지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혐의로 2023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중앙(CC)TV는 15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선박 두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란 영해에 진입했다고 보도해 미군 봉쇄로 인한 회항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CCTV에 따르면 한 척은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원유 운반선으로 이전에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선박이며 다른 한 척은 식량을 실은 벌크선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14일 미국의 봉쇄 조치를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미 임시 휴전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배치 증강과 표적 봉쇄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해협의 항행 안전을 더욱 위협할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남중국해 전략상황 조사 이니셔티브’의 후보 소장은 미국 봉쇄하에서 중국이 특별 대우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역 인민해방군 대령이자 군사 평론가인 웨강은 리치 스타리가 엄밀히 말하면 봉쇄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과거 제재 이력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웨 평론가는 “해당 선박은 나포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이 선박은 이란 항구가 아닌 아랍에미리트 항구에서 출항했기 때문에 미국의 주요 법 집행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당 선박이 미국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 있어 나포될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되돌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웨 평론가는 “미국이 봉쇄 효과를 입증하려 애쓰는 가운데 강대국인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회담이 합의없이 종료된 후 해협 봉쇄를 발표했다.
이후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항구와 페르시아만 및 오만만 연안 지역을 드나드는 모든 국가의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월 28일 전쟁 발발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130척이 넘었으나 이란의 봉쇄와 미군의 역봉쇄에 따른 이중 봉쇄로 더욱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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