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 60만원?…'민원 비용'이 만든 필연적 결과"

기사등록 2026/04/16 00:02:00 최종수정 2026/04/16 00:05:01

"안전 인력·호텔 식사에 붙은 비싼 가격표" 교육계의 항변

학부모 민원이 만든 '프리미엄 수학여행'의 역설

[서울=뉴시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학여행비, 이게 논란이라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직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말해보겠다"면서 수학여행 준비 과정 및 비용 책정 이유를 밝혔다.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최근 강원도 2박 3일 수학여행 비용이 1인당 60만 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온라인상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던 해당 학교가 결국 여행 일정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슈가 커지면서 학교 측이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는 소식과 함께,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의 추억을 위해 보내려 했던 대다수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학부모의 탄식이 올라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논란을 넘어, 교육 현장의 변화된 실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수학여행비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강화된 안전 기준과 학부모들의 파상적인 민원을 꼽는다. 과거처럼 40인승 버스에 학생들을 가득 채우는 '합승' 문화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반에 무조건 버스 한 대를 배정해야 하며, 좌석 여유를 엄격히 따지는 것은 물론 차량의 연식과 정비 기록, 기사의 음주 여부까지 매일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사고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학교 측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기에, 비용이 비싸더라도 최고급 프리미엄 버스를 대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사 환경의 변화도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과거에는 단체 급식 형태의 식사가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학생 개개인의 까다로운 식성과 알레르기 유무는 물론 '우리 아이는 매운 것을 못 먹는다'거나 '특정 성분을 빼달라'는 세세한 민원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는 차라리 메뉴 선택권이 보장되고 위생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호텔 조식이나 유명 프랜차이즈 뷔페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식비가 기존 대비 몇 배 이상 폭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숙박 시설 역시 과거 20인용 대형 객실에서 현재는 2~4인용 호텔 소인실로 변화했다. 이는 여러 명이 한 방을 쓸 때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나 학생 간의 갈등이 '학교폭력' 신고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잠자리 불편에 대한 민원을 피하기 위해 성수기 1박에 1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숙박이 기본값이 되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맑은 날씨를 보인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버스 전용 주차장에 수학여행단 학생들을 기다리는 전세버스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2025.04.29. woo1223@newsis.com
무엇보다 가장 큰 비용 부담은 '안전'에서 발생한다. 교사 한 명에게 수십 명의 통제 책임을 전적으로 맡길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 현장체험학습에는 전문 안전요원 배치가 의무화되었다. 이동 시 대열 관리부터 야간 복도 순찰까지 수행하는 인건비가 고스란히 여행 경비에 포함된다. 교사들이 사고 발생 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 속에서 수학여행 자체를 기피함에 따라, 학교는 비용이 들더라도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의 고액 수학여행은 과거 교사와 학생이 감내했던 불편함과 리스크에 일일이 '가격표'가 붙으면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내 아이를 특별하게 대우해달라는 학부모들의 무수한 민원과 책임 회피 문화가 수학여행을 추억의 현장이 아닌 거대한 생존 게임이자 고비용 구조의 장으로 변질시킨 셈이다. "수학여행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사회가 만들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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