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엄마, 재활 열심히 해서 다음 추석에는 꼭 집에 가자."
병원에 면회를 간 30대 A씨는 엄마를 보고 또 거짓말을 건넨다. 엄마는 집에 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거짓말을 하는 아들이 미안하지 않게 속아주는 것인지 뜻 모를 옅은 미소만 짓는다.
2022년 5월 21일, A씨의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일부러 퇴원을 안 한 건 아니다. 발병 1년 6개월 이후 치료를 통해 편마비인 왼쪽 몸 상태가 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2024년부터는 퇴원 후 지역사회 자립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난관은 곧바로 찾아왔다.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자이자 중증장애인이 된 A씨의 어머니는 장애인활동지원과 장기요양 모두 대상자였는데 두 서비스를 다 받아도 모자랄 판에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두 제도가 무엇인지, 어떤 게 더 좋은 것인지,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독학을 통해 얻은 지식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재가급여를 받고자 장기요양을 신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처음부터 무너졌다.
조사를 나온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등급이 잘 안 나올 수 있으니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기 바빴다. 걱정과 우려 속에 장기요양등급은 3등급이 나왔는데 이 결과를 갖고 방문요양 센터에 문의하니 평일 기준 하루 3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주·야간보호센터의 경우 명칭에는 주·야간이 들어가는데 야간에도 운영하는 곳은 없었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돌봐준다고 한다. 어린이 유치원을 보내듯 등·하원을 보호자가 직접 해야 하고 이 외에 나머지 시간과 일요일은 보호자의 몫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월부터 시행된 통합돌봄의 문도 두드려봤지만 접수 받는 담당자는 서비스를 연계해줄 뿐, 돌봄을 더 해 주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사전 조사를 시작하고 1분도 안돼 주민센터를 박차고 나왔다.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면 배변 기능도 약해져 새벽에 1~2번 화장실을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환자의 돌봄은 사실상 24시간이다. 병원에서는 이 같은 24시간 돌봄에 하루 세 끼 식사, 간간히 이뤄지는 재활 운동을 포함해 한 달에 200만원 정도가 나온다. 실손보험의 도움을 받으면 내 돈 약 60만원으로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집에 가고 싶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머니를 퇴원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불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두기에는 방문요양 하루 3시간은 너무나 가혹했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혼, 딩크 등으로 미래에는 돌봄을 기대할 가족이 아예 없는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환자 등도 마찬가지다. 돌봄이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공적돌봄체계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그 역할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