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2명 순직
"솔선수범 소방관" "가스 가득 왜 투입됐나"
"그렇게 앞장서길 좋아하더니."
13일 오전 전남 완도군 한 장례식장.
전날 완도군 한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고(故) 박승원(44·완도소방서) 소방위와 고(故) 노태영(30·해남소방서) 소방사의 빈소는 비통함 그 자체였다.
빈소는 이미 슬픔이 포화 상태에 이른 듯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기력을 다해 상주석에 쓰러지듯 앉아 허공만 바라보는 유족의 뒷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세 자녀를 둔 가장이었던 박 소방위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노 소방사의 사연은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제복 아래 감춰진 소방관들의 슬픔은 더욱 위태로웠다. 입술을 꽉 깨물고 빈소에 들어섰지만, 나올 때는 결국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조문 후 차마 자리에 앉지 못한 채 흡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졌고 매캐한 담배 연기만이 그들의 허망한 마음을 대신 전하고 있었다.
빈소 밖에서 만난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은 차마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입구 주위를 서성였다. 한 대원은 고인을 회상하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동료들은 고인들을 '솔선수범하던 참된 소방관'으로 기억했다.
완도군 한 산불진화대원은 "작년 현장에서도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라, 호수만 잡아달라'며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본인이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갔던 양반"이라며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며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했는데 왜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먼저 가느냐"고 가슴을 쳤다.
한 동료 소방관은 "위급한 상황에도 항상 본인이 앞장섰고 부하 직원들을 먼저 챙겼던 분"이라며 "아빠만 기다리는 저 어린 자식 셋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졌겠나. 이제 저 애들은 누구 손을 잡고 세상을 살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동료는 "사람이 워낙 착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다. 곧 예복 입고 신부 손 잡아야 할 애가 왜 차가운 영정 속에 갇혀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들은 냉동창고 화재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입이 강행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원망 섞인 비통함을 쏟아냈다.
한 소방관은 "냉동창고는 특성상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차올라 누구나 진입을 극도로 꺼리는 곳"이라며 "그런 위험한 곳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들어가야만 했는지, 동료들이 사지로 내몰린 것만 같아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소 워낙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들어가겠다고 앞장섰을 게 눈에 선하지만 그 현장에서 한꺼번에 동료 둘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앞서 전날 오전 8시25분께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고립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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