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과 탄압 기술 공유하는 권위주의 축…전쟁 뒤 더 강경해질 가능성도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전황 문제가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이 내부 결속과 강압 장치를 통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됐다.
WSJ는 이란이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정권 핵심부 타격, 경제 손실을 감수하고도 무너지지 않은 배경으로 광범위한 정치 탄압, 끊임없는 선전, 순교 이데올로기, 강력한 보안기구를 꼽았다. 카타르대의 이란 전문가 니콜라이 코자노프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정권 생존이었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엘리트, 일부 국민까지 정권 주위로 결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런 특성이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북한과 러시아, 쿠바 같은 권위주의 체제도 국민이 떠안는 막대한 희생과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며 버텨왔고, 내부 저항이 커질 경우 치명적 폭력으로 이를 진압해왔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의 에드워드 하월은 권위주의 정권은 국민의 필요를 우선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에 대한 감내 수준이 훨씬 높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강한 제재와 전쟁 피해 속에서도 반서방 수사와 경제 유인, 탄압을 결합해 체제를 유지해왔다. 북한 역시 인권 침해, 정보 통제를 지속하면서도 반미 서사를 앞세워 김씨 일가 체제를 지켜왔다. 이란도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반체제 인사를 투옥하는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에 포위된 국가라는 서사를 내세워 내부 통제를 강화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신문은 특히 이들 정권이 최근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은 인터넷 차단과 반대파 색출, 정치범 처벌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억압 수단을 고도화했다. 러시아는 반전 구호를 적은 가격표(supermarket price tags)만으로도 처벌할 정도로 통제를 강화했고, 북한은 한국 대중문화를 유통·소지하는 행위까지 사형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단속하고 있다. 5가구 단위 감시망과 직장 내 밀정 체계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정권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됐다.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와 북한은 우호조약 체결을 추진했고, 이란은 시위 기간 러시아 기술을 활용해 정부 서비스는 유지한 채 인터넷 차단 효과를 높였으며, 시위대의 통신 수단이던 스타링크 교란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란 경찰의 시위 진압을 돕기 위해 장갑차와 소화기를 보냈다. 러시아와 이란은 지난해 법집행 협력과 이란 경찰 훈련에도 합의했다.
북한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 김정은이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5000명의 병력을 보낸 결정은 대규모 전사자 발생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 질서에 맞선 희생과 순교의 서사로 다시 포장됐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경제·정치·군사 지원을 제공했고, 북한은 생존 가족들에게 연회와 훈장, 평양 아파트를 제공하며 충성 서사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결국 이란 지도부가 이번 전쟁을 넘기고 국내 통제까지 더 죄는 데 성공할 경우, 미국 주도 질서에 더 강경하게 맞서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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