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물리학자 사제 김도현 신부
'AI 시대의 삶과 신앙' 출간…AI 위험성 경고
"챗GPT가 대학 교육 붕괴…학생들, 독후감 하나 못써"
"AI가 일하고, 배달요리 먹고, 게임하면 유토피아일까"
"5년내 종교 역시 AI로 진통…결국 '인간적인것' 갈망"
"인문학 반드시 필요…인류의 미래 위해 지혜 모야야"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인공지능(AI)는 철저히 인간이 만든 도구임을 꼭 기억해야 됩니다. AI는 '아주 잘 드는 칼'과 같아요. 잘못 휘두르면 자기 손이 날아가고 스스로를 해칠 수 있습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든 인간이 함께 고민하고, 전문가 집단이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사제'인 김도현 신부는 지난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간 'AI 시대의 삶과 신앙'(생활성서사) 의 집필 계기를 밝히며 AI 위험성을 이같이 경고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신학 과정을 거쳐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신부는 박사 과정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을 연구해온 AI 전문가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육원 교수로 재직하며 통계 물리학과 '과학과 종교'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가 처음 이 연구의 길로 들어선 것은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고통을 지켜보며 "AI가 인간 뇌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후 김 신부의 연구는 2016년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 AI 시대로 넘어가겠다"고 직감한 그는,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AI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김 신부는 AI에 대한 위험성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확신을 굳혔다.
"노벨위원회를 통해 AI 시대가 공식적으로 선포된 셈이죠. 그 순간, 빨리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신간 'AI 시대의 삶과 신앙'은 AI의 개념과 개략적인 발전사를 짚는 한편, AI 기술의 발전이 신앙인의 삶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다룬다.
현재 많은 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강인공지능(Strong AI)'의 등장과 그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김 신부 역시 최근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AI 탑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찰용이라 하더라도 로봇이 총을 쥐는 순간 살상 병기로 돌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이 살상 병기가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이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 신부가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도덕적·윤리적 판단 없이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약인공지능(Weak AI)'이 가져올 위협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학 교육의 붕괴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대학이 신입생에게 자기 생각과 비판을 담는 독후감을 과제로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챗GPT가 요약해 준 글에 단어 몇 개만 바꿔 제출해 버리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대학에서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김 신부는 이러한 현상을 '지적 퇴화'로 진단했다. 지식을 너무 쉽게 얻는 환경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사유할 능력을 잃어가고, 결과적으로 기계보다 못한 존재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김 신부의 생각이다.
그는 "인문학은 학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체화되고 발전한다"며 "지금은 과연 인문학을 할 수 있을 만큼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남을지 걱정될 정도로 지적 퇴화가 일어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AI가 일을 다 해주고, 우리는 배달 음식이나 먹으며 게임하고 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인데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일까요? 오히려 수렵·채집 시대보다 못한 상황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인간의 진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AI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을까. 김 신부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와 인문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가톨릭교회는 의외로 AI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이공계 배경을 지닌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과 현 레오 14세 교황 모두 AI의 오남용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해 온 바 있다.
김 신부는 향후 5년 내에 종교계 역시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교 인구가 줄고 비아냥은 늘어나겠지만, 결국 AI가 도덕적 책임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결정을 내리다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인간적인 것'을 갈망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종교계가 앞장서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겉보기엔 '쿨하고 힙해' 보일지 몰라도 대단히 위험한 접근"이라며 "성직자들은 본연의 수양과 기도, 전례 방식을 묵묵히 유지하며 앞으로 5년가량 뚝심 있게 버텨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는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입니다. 주도권은 반드시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하죠. AI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또 하나의 AI 알고리즘 프로그램에 불과해집니다."
나아가 과거 교양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인문학은 이제 AI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핵심 학문이 될 전망이다.
김 신부는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소외당할 때, 우리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기에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밀려나는 하찮은 존재가 되었나' 질문하게 될 것"이라며 "이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인문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신부는 AI 기술이 소수 빅테크 기업과 거대 자본에 독점되는 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며, 시민사회가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도 모르는 새 빅테크 기업들에 끌려가는 상황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반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세계 최고 부자 몇 명의 손에 인류의 미래가 휘둘리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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