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
일본 프로듀서 호리고메 다카키가 연주 전 자신의 프로젝트 밴드 '키린지(KIRINJI)' 다른 멤버들을 향해 던진 한국어 질문은 매번 관객들의 "네"라는 화답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밴드와 관객의 조응은 내내 빛났다.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2026 키린지 라이브 인 서울'은 호리고메 다카키가 설계한 정교한 화성의 미로를 기꺼이 헤매왔던 이들에게 단순한 관람을 넘어, 비루한 일상을 아름다운 앙상블로 치환하는 음악적 체험이었다.
이날 공연은 애초 오후 6시 한 차례 열릴 예정이었으나, 티켓 예매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오후 2시 회차가 추가 편성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몇 년 전부터 국내 J-팝 신드롬이 다시 일고 있는 가운데데 이미 과거 국내에서 일었던 J-팝 붐의 원조격인 키린지는 세련된 'J-팝의 정점'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경쾌한 '데이트 연습(デートの練習)'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네슬링(nestling)', '레모네이드(LEMONADE)'로 이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통해 단숨에 객석을 매료시켰다.
키린지 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킬러 튠 킬스 미(killer tune kills me)'와 '드리프터(Drifter)'가 흐를 때, 객석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복잡한 텐션 코드와 유려한 멜로디는 과시를 위해 복무하지 않았다. 오직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을 가장 적절한 형태의 소리로 응축해낼 뿐이었다.
특히 DJ 겸 프로듀서로도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욘욘(YonYon)과 작업한 '킬러 튠 킬스 미'에서 "그저 숨겨놓은 상처들이 / 반창고를 붙여서 보이지 않았을 뿐 / 그대로 남아 있잖아 / 차가워져버린 내 마음은 / 더 이상 이어폰을 끼지 않고 / 오늘도 시간을 소모"라는 한국어 가사가 나왔을 때, 객석은 크게 환호했다.
공연 중반, 호리고메는 20년 전 한국에서의 첫 기억을 소환했다. 2004년 가수 이상은과의 합동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그는 "결혼식장 같은 묘한 장소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음을 지었다.
당시의 생소했던 경험은 20년 뒤, 도쿄보다 뜨거운 한국 팬들의 환호로 보상받았다. 그는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어 깜짝 놀랐다. 도쿄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키린지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3'과 '원더리벳 2025(WONDERLIVET 2025)' 등 국내 대형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큰 호응을 얻었는데, 단독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연 후반부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플러시! 플러시! 플러시(flush! flush! flush!)' 등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채워졌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대표곡 '사랑의 코다(愛의 Coda)'와 '시간이 없어(時間がない)'를 열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키린지가 지난 30년간 건네온 음악적 지형도가 한국 팬들에게 얼마나 깊게 각인돼 있는지를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세션의 정교한 연주와 음향의 균형은 완벽에 가까웠다. 거장의 음악적 내공은 현장을 깊은 여운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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