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들어 낙폭 확대, 은값도 8% 가까이 급락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금값이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전쟁 국면에서도 안전자산이 힘을 쓰지 못하는 흐름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40분 기준 금값은 한 돈(3.75g)당 92만6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5.29% 내렸다. 이날 오전만 해도 94만2000원으로 3.5% 하락에 그쳤지만, 오후 들어 매도세가 강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
글로벌 금값도 6.79% 하락한 4202.29달러로 내려왔다.
은값 낙폭은 더 가파르다. 같은 시각 은값은 7.9% 내린 1만4310원을 기록했고, 달러 기준으로도 9.31% 떨어진 61.99달러를 나타냈다.
금과 은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금값은 지난해 초 한 돈당 53만원에서 출발해 3월 60만원대, 7월 70만원대, 10월에는 90만원을 넘어서며 고점을 잇달아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년 대비 약 90%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이후 금값은 상승 흐름을 멈추고 급락세로 돌아섰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오히려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약해지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금과 은은 이자를 낳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다. 다만 전쟁이나 인플레이션 등으로 통화가치가 흔들릴 때 수요가 몰리는 특성 때문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시장 부담을 키웠다. 트럼프는 21일(현지시각) 이란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발전소부터 초토화하겠다"는 표현까지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금값이 떨어진 이유가 긴축 불안과 현금 확보 움직임 때문이며 당분간 반등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긴장 속 단기 안전자산 선호 국면에서도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를 밑돌며 지난주 약 10% 하락했다"면서 "연초 케빈 워시 쇼크를 소화한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긴축 우려를 자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금은 통상 연준 통화정책 완화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긴축 공포가 완화되기 전까지 단기 반등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병진 연구원은 또 "3월 금 가격 약세는 채권뿐 아니라 주식, 산업금속 등 위험자산까지 동반 하락한 자산 시장의 현금화 수요 영향도 크다"면서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긴축 베팅은 과도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금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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