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호르무즈 압박은 넘겼지만"
대미 투자 부담 커진 미일 회담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기여 압박 속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이 구체적인 군사 지원 약속은 피하면서도 동맹 균열은 드러내지 않은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일 "일본은 협력 의사를 보이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동맹 관계의 균열이 표면화하는 사태를 피했다"며 "일본 정부 내부에는 '잘 넘겼다'는 안도감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공영 NHK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날마다 달라져 일본 내 경계감이 강했다며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미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번 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이해를 보였고 일본 측이 우려했던 공개적으로 불만을 들이받는 '최악의 전개'는 피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기준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고 미국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해협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방미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어떻게 피해 갈지 고심한 끝에 내놓은 응수 방식"이라며 "이 같은 모호한 답변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겨 중국에 대한 억지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회담 뒤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움직임은 이날 정오까지 나오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압박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먼저 중동 정세와 대이란 비판을 꺼내며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트럼프보다 먼저 총리가 중동 정세를 꺼낸 데 대해 "일본의 스탠스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공개적으로 강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그가 가진 인상에 비해 일본에 대한 인상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는 측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일본이 미국에 구체적 기여 방안을 언제 제시할지를 둘러싼 경계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닛케이는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중동 정세에 따라 트럼프가 일본에 대한 불만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도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안전을 위한 '기여'를 일본에 요청하고 있어, 일본 측은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형국"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함정 파견 같은 직접 지원 약속은 피했지만, 대미 에너지 투자와 희토류 협력, 미사일 공동생산 확대 등 산업·경제 측면에서 우회적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닛케이는 "안보 분야에서 받는 압박은 경제 분야 협상에도 번지고 있다"며 "대미 투자 2차분 총액은 11조엔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 에너지 분야에 최대 730억 달러 규모의 일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테네시주와 앨라배마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최대 400억 달러), 펜실베이니아주 천연가스 발전 사업(최대 170억 달러), 텍사스주 천연가스 발전 사업(최대 160억 달러)이다.
발전 시설은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건설되며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다만 이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 기업 명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인 36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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