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6번 트랙, 아미 예상대로 성덕대왕신종…방시혁 아이디어 [BTS 컴백]

기사등록 2026/03/20 15:00:35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들려준 종소리에 영감

[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2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2025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에서 타종이 진행되고 있다. 에밀레종 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이자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22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이번 행사에는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771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771은 성덕대왕신종이 조성된 연도다. 2025.09.24. lmy@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년9개월 만에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6번 트랙 'No. 29'는 아미(ARMY)들이 예상한 것처럼, 스킷(Skit)으로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가 삽입됐다.

20일 K-팝 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앞서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공개하며 'No. 29'의 크레디트를 공백으로 남겨뒀다.

가창자도, 작곡가도 표기되지 않은 이 '부재'의 공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미들 사이에서 이 곡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현대적 주파수로 치환한 기록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빅히트 뮤직은 이날 방탄소년단 앨범을 공개하면서 해당 트랙에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가 삽입, 앨범 전체의 분위기 전환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 트랙은 단순한 샘플링을 넘어선 '명상적 체험'의 영역에 닿아 있다. 타종 소리의 가청주파수 부분은 트랙 내에서 20~30초가량만 진행되지만, 비가청주파수가 1분가량 재생된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몸과 공명이 이어지는 '잔향의 미학'을 구현한 것이다.

◆방시혁의 혜안과 유홍준의 서사…'문화적 맥놀이'의 탄생
[서울=뉴시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 하이브 제공) 2025.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시도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방 의장은 지난해 10월 '뮷즈(MU:DS)' 협력 관련 MOU 체결을 위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전 문화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접했다.

당시 유 관장은 "현대 기술로도 완벽히 구현하기 어려운 고대의 경이로운 기술"임을 설명했고, 이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방 의장이 이를 트랙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멤버들 역시 "국내외 리스너들이 이 곡을 통해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그 역사적 의미를 알아봤으면 좋겠다"며 흔쾌히 수용했다는 전언이다.

◆전반전의 '영광'과 후반전의 '고뇌'를 잇는 거대한 가교

앨범 '아리랑'은 14곡의 수록곡을 통해 한 편의 대서사시를 그린다. 앨범 전반부에서 월드스타로 부상한 BTS의 위상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면, 후반부는 이들이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개인적인 고뇌와 의지, 사랑 등의 감정에 집중한다.

'No. 29'는 이 이질적인 두 세계를 이어주는 인터루드(Interlude)이자 가교다. 외부를 향하던 시선이 종소리의 파동을 타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순간, 청자는 비로소 방탄소년단의 '인간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울림은 곧바로 7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스윔(SWIM)'으로 이어진다.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핵심인 '맥놀이(미세하게 다른 두 소리가 부딪히며 만드는 진동)' 현상은 RM이 평소 강조해온 '공존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종소리의 진동이 거대한 물결이 되고, 화자는 그 파고 속에서 능동적으로 헤엄치며 삶의 율동에 몸을 맡긴다.
[인천공항=뉴시스] 최진석 기자 =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인천공항 제1터객미널 교통센터 하이커스테이션에서 BTS 해외팬이 메시지를 적은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2026.03.20. myjs@newsis.com
◆정답이 아닌 '화두'를 던지는 철학자들

방탄소년단이 'No. 29'에서 크레디트를 비워둔 것은 아미라는 거대한 공동체에게 던지는 해석의 전권이다. 그들은 정답을 제시하는 교사가 아니라, 함께 고민할 화두를 던지는 철학자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를 29세의 성장통으로, 누군가는 1200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적 화해로 읽어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간섭'을 소음이 아닌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그것이 바로 방탄소년단이 설계한 '문화적 맥놀이'다.

방 의장과 빅히트 뮤직 역시 앨범의 분위기 전환 역할을 넘어, 국내외 리스너들이 이 곡을 통해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더 찾아보고 의미를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숨은 의도를 담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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