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인터뷰
"주일미군은 벌써 중동으로 파견…전쟁 길어질수록 전략적 유연성 이슈"
"트럼프 군함 파견 요구, 동맹에게 도우라는 것…주고받을 것 있는지 검토해야"
"전쟁 끝나면 중동 내 이란·시아파 진영 추락…역내 질서 새롭게 변할 것"
"이란, 강경파 생존하는 형태로 전쟁 끝난다면 핵 개발 계속할 것"
"트럼프, 언제든 '셀프 승리' 선언 가능…전쟁 오래 끌 수는 없을 것"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중동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중동)은 이란 전쟁이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한미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당장의 이슈가 되어버렸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이 오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일미군은 벌써 중동으로 파견된 상황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나가고 주한미군도 (일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당장 이슈가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 등에 활용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기치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이 문제가 더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장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보면 미국 단독으로는 부담스럽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한국, 일본 등은 미국에 중요한 동맹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만큼 주고 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또 "현재 걸프 국가들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며 "프랑스는 UAE에 미사일, 전투기를 보냈고 호주도 미사일을 보냈다. 우리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국제 질서에 남길 변화에 대해 "오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중동 내에서 이란과 시아파 진영은 그야말로 추락했다"며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고 나면 중동 내 역내 질서는 새롭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란 강경파들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어 이들 체제가 만약 살아남는다고 해도 10년, 20년 내 복구는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 센터장은 다만 "현재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지배하는 강경파들이 생존하는 상태로 전쟁이 끝난다면 이들은 핵 개발을 계속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센터장은 "트럼프가 전쟁을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언제든 '셀프 승리 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언급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히 보면 미국 단독으로는 부담스럽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들여오는 국가들이다. 두 번째는 한국, 일본 등은 미국에 중요한 동맹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 때도 이란 후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앞에서 계속 상선을 공격하자 국제연합전선을 구축하자는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한국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다소 넓혔다. 트럼프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만큼 주고 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번 전쟁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현재 걸프 국가들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들 국가가 전례 없는 피해를 겪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처럼 해당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 방산 수출을 추진하는 국가들을 보면, 프랑스는 UAE에 미사일, 전투기를 보냈고 호주도 미사일을 보냈다. 향후 전쟁이 잦아들고 해당 국가들이 석유시설을 복구하고 대규모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과연 어느 국가로부터 도입하게 될지 물음표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주일미군은 벌써 중동으로 파견된 상황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한미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이 오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나가고 주한미군도 (일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당장의 이슈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호르무즈해협은 비대칭 전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중요한 관건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결집력이 지속될 수 있냐는 점이다. 핵심 지도부가 계속 죽고 있는데 보통 정치에서 5~10% 정도 제거되면 조직이 흔들린다고 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총 18만~20만명인데 현재 핵심은 300명, 전체는 5000명이 죽었다. 두 번째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중국 선박만 통과를 허용하다가 인도,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으로 넓히고 있다. 이는 지도부 내에서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혼선이 나타나고 있고 지도부에 체계적인 단일한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혁명수비대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것인가.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된 사건은 전례 없는 1월 유혈 진압 사태다. 이란 인구가 9000만명인데 최근 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후 혁명수비대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났고 성직자 온건파들이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지속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최고 강경파로 구성된 핵심 수뇌부를 가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60~65%로 버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체제 정당성이 1월 유혈 진압으로 인해 크게 떨어졌다. 또 이란 인구의 75%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인데 '왜 핵 문제로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가' 의문이 있고, 소위 체제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전쟁의 확전 범위와 종료 시점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의 '승리 선언' 가능 시점은 언제쯤으로 보는가.
"미국이 초기 발표했던 계획에서 다소 늦어졌다. 미국은 4~5주 걸린다고 했었는데 지연될 경우 4월 중순에서 말 사이 종료가 목표로 보인다. 유권자, 납세자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이 나름의 일관성은 있다. 미국이 처음 전쟁을 시작할 때 이란의 핵 개발, 탄도미사일 개발, 프록시(대리세력)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3가지를 말했고 이는 1기 행정부 때에도 계속 외친 것이다. 3가지에 대해 이란 정권이 현재 많이 위축된 상태라는 점을 비춰볼 때 트럼프는 언제든 '셀프 승리 선언'을 할 수도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향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란 핵시설이 앞으로 얼마나 더 파괴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동시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내부 결집력이 얼마나 흔들리는지에 따라 달려 있다. 만약 현재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지배하는 강경파들이 생존하는 상태로 전쟁이 끝난다면 이들은 핵 개발을 할 것이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멈춘다는 것은 미국한테 굴복하는 그 자체다. 현 체제가 생존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 개발이 계속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이 국제 질서에 남길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오늘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중동 내에서 이란과 시아파 진영은 그야말로 추락했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고 나면 중동 내 역내 질서는 새롭게 변할 것이다. 트럼프는 '좌(左) 사우디아라비아·우(右) 이스라엘'이라는 중동 질서를 꿈꿔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이란이었다. 이란 강경파들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 체제가 만약 살아남는다고 해도 10년, 20년 내에 복구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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