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 KT 이사회…사외이사 줄사퇴 이어질까

기사등록 2026/03/17 08:36:32 최종수정 2026/03/17 10:23:07

박윤영 KT호 출항 앞두고 윤종수 이사 '거버넌스 문제' 지적하며 자진 사퇴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노조 등 이사 전원 사퇴 촉구 속 이사진 용퇴 압박 가중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사진은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2026.01.0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심지혜 기자 = KT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종수 사외이사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기존 사외이사들의 줄사퇴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전날 오후 KT는 오는 31일 열릴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정정 공시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 중 윤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폐기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연임 결정 한 달 만에 번복한 것이다. 윤 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연임 후보로 추천됐던 인물이라 충격이 더 크다.

윤 사외이사가 연임 결정 한 달 만에 이를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기존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연임을 추천받은 인사였다. KT가 주총까지 남은 2주 안에 새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면 당분간 ESG 분야 사외이사는 공석이 될 전망이다.

윤 사외이사는 사퇴의 변으로 "이사회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새 대표의 취임에 맞춰 KT 발전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윤 이사의 발언을 두고 현 이사회의 한계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이사회 내부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배구조를 책임지는 ESG 위원장이 직접 거버넌스 문제를 언급하며 물러난 점은 KT 이사회로서는 뼈아프다. 향후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KT의 지배구조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달 KT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하며 강도 높은 주주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일반투자는 정관 변경, 임원 해임 청구, 배당 정책 제안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단계다. 개선이 미흡할 경우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나 재발 방지 대책 요구도 가능하다.

일련의 상황은 김용헌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성철·곽우영·이승훈 이사 등 기존 멤버들에게 압박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사외이사의 '상왕(上王) 경영' 및 이권 개입 등을 이유로 이사진 전원 사퇴를 촉구해왔다. 이사회 도덕성과 독립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박윤영 신임 대표 내정자가 취임과 동시에 인적 쇄신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 이사회 '물갈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에도 대표 선임과정에서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지자 사외이사 대다수가 사퇴하며 이사회 기능이 마비된 바 있다. 이번에 물러난 윤 이사 역시 당시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인물 중 하나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주총 전까지 ESG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기는 쉽지 않아 당분간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윤 이사가 거버넌스 문제를 사퇴 이유로 명시한 만큼, 주총 이후 이사회 운영 방식과 인적 구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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