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김서현·거장 뮐러 쇼트…브람스로 나눈 깊은 음악 대화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3/12 14:17:58

예술의전당서 쾰른 방송 오케스트라 8년 만의 내한 공연

'32년' 나이 차가 무색한 두 솔리스트…브람스의 '화해의 협주곡'

김서현, 기교 뽐내며 존재감 각인…쇼트, 균형 잡는 베테랑 면모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쾰른 방송(WDR)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협연했다. excuseme@newsis.com 2026.03.12.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신예와 거장이 만났을 때, 무대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한 편의 대화가 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서울 무대에서 보여준 브람스는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쾰른 방송(WDR)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김서현과 쇼트가 협연자로 나섰다. 포디움에는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포가가 올라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2008년생 김서현은 2023년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당시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연주자다. 이후 여러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지난해 6월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해리슨패럿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차세대 솔리스트로 떠올랐다.

1976년생 쇼트 역시 어린시절 국제 콩쿠르에서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1992년, 당시 15세의 나이로 차이콥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파리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악단과 협연하며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두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택한 곡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이다. 이 작품은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곡으로, '화해의 협주곡'으로 불린다. 브람스가 친구 요제프 요하임의 이혼 소송 중, 요하임 아내의 손을 들여주면서 우정에 균열이 갔다. 브람스는 요하임에게 화해의 시그널로 이 작품을 할 때 조언을 구했고, 그렇게 탄생한 협주곡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쾰른 방송(WDR)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협연했다. excuseme@newsis.com 2026.03.12.

첼로와 바이올린은 서로의 카덴차를 주고받으며 내면의 독백을 이어갔다. 첼로가 먼저 묵직한 선율로 문을 열면 바이올린이 이를 이어받아 흐름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김서현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선명한 음색으로 차세대 비르투오소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협연 속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나이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을 음악으로 증명하며 성장 중인 연주자임을 보여줬다. 이날 김서현의 드레스도 눈길을 끌었다. 검은 배경에 흰색이 스며든 드레스는 마치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뒤섞이는 듯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

쇼트는 풍부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김서현의 연주를 받쳐주며 협연의 균형을 잡았다. 그는 지휘자와도 틈틈이 눈빛을 교환하며 템포를 조율했고, 이러한 호흡은 작품에서 가장 서정적인 2악장에서 특히 빛났다. 호른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으로 운을 띄우자 두 협연자는 따뜻한 음색으로 긴 여운을 이어갔다.

두 연주자가 선택한 앙코르곡은 할보르센이 편곡한 헨델의 파사칼리아였다. 쇼트는 앙코르에 앞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함께 연주한 악단과 김서현의 협연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저음에서 시작해 화려하게 확장되는 이 작품에서 두 연주자는 현악기의 깊은 울림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쾰른 방송(WDR)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개최됐다. 연주 후 지휘자 안드리스 포가와 단원들이 객석에 인사를 하고 있다. excuseme@newsis.com 2026.03.12.

이날 오케스트라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을 선보였다.

협주곡에서는 현의 매력이 두드러졌다면, 이 두 작품에서는 관악이 눈과 귀를 자극했다. 묵직한 음향 속에서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 있었다. 특히 인간의 운명을 선율로 풀어낸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에서 이러한 음향은 더욱 인상적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음향의 흐름 속에서 공연장은 마치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 여운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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