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경제 파장…유럽·걸프 타격, 중·러 반사익

기사등록 2026/03/12 11:06:45 최종수정 2026/03/12 12:10:23

걸프, 해협 봉쇄에 수출·생산↓…외국투자, 관광도 피해

유럽, 가스가격 50% ↑…인플레 영향도 美보다 3배 커

중국·러시아·중남미 반사 이익…상대적으로 대비 잘돼

[서울=뉴시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중동 사태에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걸프 지역과 유럽은 에너지 공급난에 타격을 입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분쟁 지역과 떨어져 있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03.12.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중동 사태에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분쟁이 빠르게 끝나면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돼 경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성장률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별로 경제적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걸프 지역과 유럽은 에너지 공급난에 타격을 입는 반면, 중국·러시아·중남미 일부 국가는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걸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수출과 생산이 제한돼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에너지 산업 비중이 큰 쿠웨이트와 카타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는 우회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손실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걸프 지역 경제가 올해 최대 2% 위축될 수 있고, 장기화될 경우 약 15%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분쟁으로 걸프 지역이 그간 구축해온 '안전 지대'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 경제 계획 등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관광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 올해 해외 관광객 수는 최대 27% 감소하고 약 560억 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헤란=AP/뉴시스]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스쿠터를 타고 광장을 건너고 있다. 유럽 역시 높은 에너지 가격에 경제 회복세가 흔들릴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의 약 58%를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하며, 주요 경제국 가운데 한국, 일본만이 이보다 의존도가 높다. 2026.03.12.

유럽 역시 높은 에너지 가격에 경제 회복세가 흔들릴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의 약 58%를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걸프 지역 공급 감소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50% 이상 뛰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로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보다 3배 이상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위기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메가와트시당 약 300유로로를 넘었지만,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약 50유로 수준이다. 
[바쿠라나오=AP/뉴시스] 지난 1월쿠바 아바나 인근 바쿠라나오에서 주유하려는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쇼크'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6.03.12.

셰일 혁명으로 순에너지 수출국이 된 미국도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이 약 20% 올라 가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80달러를 기록할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은 약 2%P(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1%P 낮아질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아 취약한 구조다. 특히 파키스탄, 대만이 LNG 수급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일부 국가는 공급 불안에 대비해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과 태국은 연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미얀마는 개인 차량 연료 배급제를, 파키스탄은 재택근무와 2주 휴교를 검토 중이다.

◆中 원유 수입국이나 대비 잘돼…러시아도 제재 해제에 혜택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쇼크'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억 배럴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전기차 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석탄 산업 역시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이번 사태의 수혜국으로 꼽힌다. 전쟁 이후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유가가 오르면서 재정 여력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산유국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과 항공료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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