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공급 '도매가' 상한 설정 무게
전국 주유소 가격 일괄 통제 어려워
손실 보전안 고심…"재정 많이 필요"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정부가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정유사의 도매가와 주유소의 소매가 가운데 어디에 기준을 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금주 중 석유가격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겠다"며 "대상 유종과 가격기준을 구체화해 국민에 조속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관련 고시 마련에 착수한 상태로, 상세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질 경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원유 현물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상한 가격을 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인 도매가에 상한이 설정되는 구조가 된다. 고유가 상황에서 석유류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앞단에 위치한 정유사의 이윤부터 막겠다는 취지다.
이미 정치권과 정부는 정유사가 중동 사태 국면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K에너지가 대리점을 통해 주유소에 과도한 공급가액 인상을 통보한 점을 언급하며 "중동 사태를 악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구조인데 용서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비슷한 심정"이라며 공감했다.
다만 도매가격에 상한이 설정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되는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석유류를 구매하는 가격에 최고가격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주유소 판매 가격 자체에 상한이 설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만 저렴하게 석유류 구매가 가능해진다.
다만 제도 시행이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역별로 임대료·물류비 등 비용 구조가 상이하기에 전국의 주유소 가격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도 함께 고심하고 있다.
국제 유가를 제외하더라도 손익을 따질 때 변수가 많아 일률적인 보전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업계 손실 보전까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과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해 추가적인 금융 재정 지원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류세 인하를 일률적으로 하기보다는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으로 차등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보전을 전제로 한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손실 추정이 어렵고, 장기간으로 넘어가게 되면 재정도 많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유가가 올랐으니 사용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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