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름값 리터당 2100원 당시 배달비도 급등
유가 상승세 장기화되면 물류·배달 비용 상승 우려
"유가 상승·증시 하락 겹치면 소비 전반 위축 가능성"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유통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류비 부담도 문제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경유가 리터당 1920.07원, 휘발유가 1897.65원으로 집계되며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12일(1902.96원)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경유는 화물차와 택배차 등 물류 차량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료로 물류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및 배달 플랫폼 업계 역시 배송·배달 운행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 상승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에도 배달업계에서는 이미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를 시행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당 2100원을 넘어서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류비와 원가 부담이 확대되며 소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달 플랫폼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쿠팡(쿠팡이츠), 요기요 등을 통해 활동하는 라이더(배달인력)들은 당시 유류비 부담이 커지자 배달을 줄이거나 수익성이 낮은 주문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비가 건당 5000원 수준까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달비 부담'이 확산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한 배달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우리동네 경윳값 2150원 보고 기겁했다. 유류비 오르면 배달비도 동반 상승해야지. 안되면 배달 할 이유가 없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배달 종사자들의 부담을 호소하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현재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라이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배달료 인상 압력이나 배달 인력 공급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유가 상승뿐 아니라 이로 인해 물가와 소비 심리에 미칠 경제적 충격까지 함께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에도 물가가 크게 오르며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현재 국제 유가 수준이 당시 정점보다는 낮거나 비슷하지만 소비 여건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외식·유통 소비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상승도 부담이지만 더 큰 문제는 물가 상승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봄철 나들이 수요가 늘고 유통·외식업계 프로모션이 확대되는 시기인데, 국제 유가 상승과 증시 하락 등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유류비 부담보다도 소비 전반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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