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67세 할머니의 3500㎞ 도전…'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기사등록 2026/03/07 09:00:00
[서울=뉴시스] 벤 몽고메리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사진=수오서재 제공) 2026.03.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산책 좀 다녀올게."

가족들에게 짧은 인사를 남긴 67세 엠마 게이트우드는 자루 하나만 가지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146일 동안 3500㎞를 걸어 카타딘산 정상에 올랐다. 1955년 트레일 전체를 혼자 걸어서 한 번에 완주한 최초 여성 종주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엠마는 1년간 준비했다. 요양원에서 일하며 여비를 마련했고, 매일 거리를 늘려가며 걷는 연습을 했다. 앞서 1954년에 도전했다 일주일 만에 길을 잃어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로, 조지아주에서 메인주까지 14개 주를 지난다. 거리가 긴 만큼 쉬운 길이 아니다. 개에게 물리고, 안경이 부러지고, 운동화 밑창은 다 떨어진 게이트우드를 보고 아이들이 "여자 떠돌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정은 험난했다.

그가 트레일을 시작한 계기는 동네 병원 대기실에서 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게이트우드는 잡지 속 10대 소년들,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정상을 오르는 사진을 보며 종주에 성공한 여성이 없음을 알게 됐다. 뭔가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다.

이후 게이트우드는 77세에 같은 코스를 세 번 완주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84세까지도 앞장서서 길을 정비하고 관리했다. 지구 둘레 절반이 넘는 2만2500㎞ 이상을 걸었다. "재미 삼아서" "그냥, 하고 싶으니까"가 게이트우드에게는 그 길을 걷는 이유였다.

"그저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번 정도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377쪽)

수많은 미국인이 그런 게이트우드를 응원하고 신문 기사를 오려 보관하고 저녁 뉴스로 그의 산책을 지켜봤다. 정작 게이트우드가 원한 건 유명세보다 평화와 고요함, 혼자만의 발걸음이었다. 11명의 자녀를 키운 게이트우드는 30년 넘게 남편의 폭력에 맞서야 했고, 가사 노동과 빚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이 정도 트레일은 별거 아니더군요."(354쪽)

저자 벤 몽고메리는 '탬파베이 타임스' 소속 탐사 보도 전문 기자다. 책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은 게이트우드가 남긴 일기, 편지 그리고 길에서 그를 만났던 이들과 유족 인터뷰 등을 통해 완성된 몽고메리의 취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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