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에 올인하는 글로벌 통신사들…지능형 네트워크 시대 활짝
“데이터만 제공하는 하청 기지 탈피해야”…글로벌 통신사 AI 합종연횡
SKT·KT·LGU+ ‘AI 퍼스트’ 전략…통신 산업 새판짜기 속도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심지혜 박은비 윤현성 기자 = "이제 통신은 음성·데이터를 나르는 '덤 파이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플랫폼'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의 핵심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이 곳에 모인 전 세계 통신사들은 단순한 네트워크 제공자를 넘어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자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더 이상 빅테크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장이기도 하다.
◆네트워크에 ‘지능’ 이식… 국경 넘은 ‘텔코 AI 동맹’ 가속
올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내건 주제는 'IQ(Intelligence Quotient)시대'이다. 이는 5G·6G 네트워크 인프라와 인간의 통찰력을 결합한 고도화된 지능형 통신망을 말한다.
단순히 AI 기능을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트래픽 자동 최적화, 장애 사전 예측, 에너지 효율 관리까지 AI가 주도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의 진화가 핵심이다.
비벡 바드리나트 GSMA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신 인프라는 엣지(Edge)에서 AI가 실시간으로 구동되게 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통신사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대응하는 글로벌 연합 움직임도 거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참여하는 ‘오픈 텔코 AI(Open Telco AI)’는 엔비디아, AMD 등 빅테크와 손잡고 통신 특화 AI 모델 및 성능 평가 체계 구축에 나섰다.
루이스 파월 GSMA AI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현재의 AI 모델은 통신 산업이 요구하는 복잡성과 정밀도, 신뢰성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며 "데이터와 모델, 에이전틱 시스템 전반에 걸쳐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통신사들도 AI 네트워크 경쟁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은 GSMA와 함께 ‘모바일 AI 혁신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모바일 네트워크와 AI 인프라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과 디바이스·엣지·클라우드 협력 생태계 조성, 산업별 AI 활용 확대 등을 핵심 축으로 한다. 목표는 실시간 인식과 최적화, 의사결정이 가능한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3사 역시 이번 MWC26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전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네트워크 인프라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AI 풀스택 전략’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전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대전환 전략을 내세웠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CEO)은 지금을 AI라는 새로운 가치에 적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AI 인프라를 재편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AI 시대에 통신사가 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AI DC, 초거대 AI 모델,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력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RAN과 글로벌 텔코 AI 협력 논의 등을 통해 AI 시대 네트워크 기술 표준과 협력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KT는 기업용 AI 플랫폼과 AI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한다. MWC에서 공개한 ‘에이전틱 패브릭(Agentic Fabric)’은 기업 내부 시스템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정보 검색이나 요약 중심의 보조 도구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AI가 기업 업무 실행 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이번 MWC에서 한국형 AI 네트워크 협력체 ‘AINA(AI Network Alliance)’의 첫 대표 의장사를 맡아 AI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AINA는 국내 통신3사와 산학연 기관, AI 네트워크 밸류체인 기업들이 참여하는 협력체로 초고성능·초지능형 AI 네트워크 구축과 산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한다.
KT는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AI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 협력체인 AI-RAN 얼라이언스와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SUTD)와의 협력도 추진하며 한국형 AI 네트워크 논의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존 통신 산업이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AI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핵심 자산을 SW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글로벌 사업 모델로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앞세웠다. 익시오는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는 통화 AI 서비스다. 글로벌 빅테크 역시 음성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통신사가 보유한 음성 데이터 자산을 바탕으로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익시오를 단순 서비스 차원이 아닌 SW 형태로 해외 통신사에 공급하는 모델도 추진한다.
홍범식 사장은 "데이터만 제공하고 나머지 기술을 맡기면 과거처럼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통신사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네트워크 AI나 자율 네트워크도 SW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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