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나온 '피지컬 AI'… 인간 노동 분담하는 지능형 로봇 각축전
블루·화이트 넘어 '메탈 칼라' 시대…中 기업 중심 노동하는 로봇들 전시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6 현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로봇의 습격'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시장 구석에서 관람객의 흥미를 돋우는 소품에 불과했던 로봇들이 이제는 전시관 메인 부스를 장악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실체를 입고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셈이다.
이번 MWC의 주제인 지능의 시대(The IQ Era)를 관통하는 핵심은 단연 '피지컬 AI'였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로봇의 하드웨어를 제어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그만큼 올해 MWC 현장을 두고 현장직인 블루 칼라와 사무직인 화이트 칼라를 넘어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는 '메탈 칼라(Metal Collar)'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한 것은 중국 에지봇이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고난도 트위스트 춤은 물론, 다리 찢기와 백덤블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인간을 능가하는 유연성을 뽐냈다. 단순히 동작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정교한 관절 활용과 실시간 균형 제어 능력을 보여주며 피지컬 AI의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증명했다.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 로봇의 진화도 눈부셨다. LG유플러스는 자사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와 국내 기업인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를 연동해 가사 지원 시나리오를 시연했다. 사용자가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됐다"고 말하자 로봇이 상황을 인지해 캐리어를 꺼내 외출복을 준비하는 식이다. 단순히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구현해낸 것이다.
로봇들은 식당 전체 공간을 3D로 인식해 사람이 지나가거나 장애물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경로를 재탐색한다. AI가 식당 내 인구 밀도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서빙 경로를 학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여러 대의 로봇이 좁은 공간에서 엉키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은 초저지연 기술인 5G-A가 로봇의 '신경망'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일본 NTT 도코모는 로봇 기술의 한계를 또 한 번 밀어붙였다. 이들이 선보인 '리얼 햅틱스' 기술은 네트워크를 통해 물리적인 힘과 질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조종사가 원격 제어용 장갑을 끼면 로봇이 만지는 사물의 딱딱함이나 부드러움이 손끝에 그대로 느껴지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격지에서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거나,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정밀 수리를 진행하는 등 로봇의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MWC에 모두가 등장하진 않았으나 우리나라 또한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피지컬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LG전자, LG AI연구원 등이 공동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케이펙스(KAPEX)'가 대표적이다. 케이펙스는 단순한 구동 성능을 넘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종합 적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연초 CES 행사에서 공개되면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다만 로봇의 역습을 두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나모바일의 로봇 식당 사례처럼 화려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업 시설에 도입하기까지의 비용 효율성과 유지 보수 문제는 여전한 숙제로 지적됐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MWC 2026에서 확인된 로봇 열풍은 '연결'의 개념이 모바일 기기에서 물리적 공간과 노동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통신이나 스마트폰 분야 신기술을 선보이던 박람회였던 MWC가 이제는 지능형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설계하는 '피지컬 AI의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로봇이 우리 삶의 메탈 칼라로 자리 잡는 미래가 가까운 시일 내 찾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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